Page 3 - 김옥연 개인전 2022. 8. 17 - 8. 23 가온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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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지는 기억들이 색면으로 펼쳐지며 왼편에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기억으로 존재하는데 언뜻언뜻 등장하는 형
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듯, 자신을 중심으로 자녀들의 성장하던 모습과 자신의 젊은 시절이야기들로 이어진다.
이때 화면 중심에 선 작가는 교직생활 마지막 날 학교를 떠나면서 남편에게 받았던 꽃다발을 들고 행복한 일상을
추억하고 학교에서 보낸 기억들로 채워나간다. 이 회상의 기억 속에 떠올린 순간들이 흐릿한 기억처럼 파스텔 톤의
중간색조로 맞추고, 화면의 분할구성도 퍼즐을 맞추듯 작은 색면들로 조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그림
으로 자서전을 쓰듯 남겨진 조형적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생각하며 그린 <꿈꾸는 행복>은 자신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일상의 소망들을 그려낸 것
이다. 현실을 떠나 꿈꾸듯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부드러운 색상과 함께 펼쳐지는 이 작품은 샤갈의 초현실
속에 장면들을 떠올리며 구상한 작가의 심상표현인데 이러한 생각 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도 작은 면들이 부드러운 색조를 이루며 전체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김옥연 작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대화의 근본은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한번 눈
을 돌려 바라보면 하늘이 준 자연의 변화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감정들이 눈에 들어와, 작
은 인간세계와 그 세계를 포용하는 자연의 대비에서 희망을 찾아간다고 느낀다.
그 대상은 꽃이 되든, 나무가 되든, 하늘과 물이 되든, 늘 자신을 품어 준다고 느끼며 대상에 의미있는 시선을 보내
고 있다. 작은 작품이지만 <신의 섭리>에서 카라에 표현된 거룩함은 꽃에서 느끼는 종교적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
다. 가끔은 찻잔에 깃든 일상을 통해서도 외로움을 풀고, 또 가끔은 따뜻함으로 감성을 불러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도 하는데 이때의 감성도 그는 서로 다른 색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가 화면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정지된 사물에서도 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것은 아마 작가가 좋아
한다고 밝힌 피에르 보나르에서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던 보나르는 색채는 움직
이는 것이란 관점을 갖고 있었으며 인상주의적 색감이나 표현주의적 색상들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옥연의 작업하는 방식도 대체적으로 인상주의적 표현이나 난색 계열을 주로 쓰며 마띠에르층을 두껍게 쓰고 있
다. 주제의 방향에 따라 색의 표현이 달라지긴 하지만 색채에 감정을 입혀보고 싶은 노력으로 화면을 단순화하고
느낌으로 색을 찾아보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은 최근 작품에 보이는 변화이다. 인간의 모습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있어 신이 주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들의 몫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일
상을 누리는 인간이 자신을 지켜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자연은 인간에게는 불가분의 상생을 필요로 하고 있는 관계이다. 수많은 나무들
이나 꽃들도 각자 나름대로의 표정을 지니고 살기 때문에 작가의 시선이 머물고 의미를 부여한 꽃들이 화면에 살아
남은 것은 실상의 꽃은 아닐지라도 작가가 자연과 상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황 효 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