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조풍류 개인전 2025. 4. 9 – 4. 21 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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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조감(木覓鳥瞰), 서울풍류도                                      과란 양자 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입자가 에너지 준위 사이를 불연속적으로 이
                                                               동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양자의 불연속성은 양자 세계의 고유한 특성으로, 연속
                                                               적이지 않은 동양의 ‘보는(視) 형식’과도 연동된다. 풍류블루의 공명하는 에너지
                                                               는 문명화된 밤의 궁궐을 고요한 축제의 마당으로 변이시킨다. 실제로 인간문화
        남산의 옛 이름인 목멱에서 내려다본 서울 풍경들, 《목멱조감(木覓鳥瞰), 서울풍           재 명창인 어머니(판소리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김순자명창)를 둔 작가는, 스스
        류도風流圖》는 조풍류 작가가 20여 년간 그린 서울풍경의 정점을 찍는 작품들             로 북치는 고수(敲手)임을 자처한다. 땅에 바탕을 둔 판소리의 울림이 작가의 작
        로 구성된다. ‘한국화의 초현실주의’라고도 불릴만한 조풍류의 풍경들은 북산 김            품과 어울어져 ‘작품과 노닐면서 어우러지는 다양한 관계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수철(北山 金秀哲, ?~1862)과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을 이은 듯, 현   마치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의 공간이 영원을 노래하듯, 조풍류의 공
        상계(現象界)에서 상상계(像想界)를 넘나든다. 밝음의 경계를 머금은 밤의 푸른            간에는 어제의 원형과 오늘의 변화가 평평하게 그리고 나란히 자리한다. 이른바
        에너지는 한 번도 구현된 적 없는 ‘한국화의 새로운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이브          ‘컨템포러리 한국화’에 빠져들다 보면, 보름달이 뜬 조풍류의 작품이 해를 머금
        클라인(Yves Klein, 1928~1962)의 블루에 대치되는, 먹색(墨色)에 더해진 오묘   은 관계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블루, 류승민 평론가는 이를 ‘풍류블루’라고 표현한다. 땅의 에너지를 밤과 연
        동한 종묘, 낮의 시간을 다양한 계절감으로 구현한 동궐(東闕: 창덕궁과 창경궁)           서울풍류도, 속(俗)과 아취(雅趣)를 머금은 ‘동시대 한국화’
        풍경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들을 ‘신화(神話)의 오늘’처럼 뒤섞는다. 국립           예향 목포에서 태어난 조풍류의 그림에는 흥에 겨운 고수의 장단이 들어간 듯,
        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수묵별미(水墨別美)-한중 근현대 회              리드미컬한 선묘와 색의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바람 ‘풍(風)’자와 물흐를 ‘유(流)’
        화전》에서 채색화의 신조류로 평가받은 조풍류의 〈종묘 정전〉은 신성(神聖)을             를 합친 풍류라는 이름은 작가의 화명(畫名)이다. 하지만 단순한 바람과 물 흐름
        품은 도시의 시간이 과거와 현재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강렬한 ‘빛_색 (Light-         이 아닌 마주하는 모든 대상과의 관계를 연동하는 ‘한국적 에너지의 파동’을 의
        Filled Color)’으로 표현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서울조감풍경은 여러 계절의 에      미한다. 흔히 풍류란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혹은 ‘운치 있는 일’로 풀이
        너지를 오늘의 시대정신에 담아 표현한 역작이다. 산수화라는 오랜 전통을 ‘서             하지만, 21세기의 풍류란 예술적 아취와 대중적 에너지(俗)를 동시에 머금은 ‘고
        구 풍경’과 매칭한 동·서미감의 발현은 ‘와유(臥遊: 누워서 즐기는 실내정취)하           상한 소요(逍遙)미감’으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조풍류의 작업에는 그래선
        는 진경(眞景)’과 ‘소요(逍遙: 산책하듯 즐기는 사생정취)하는 실경(實景)’의 종         지 음풍농월(吟風弄月:맑은 바람과 밝은 달에 대하여 시를 짓고 즐겁게 놂)하
        합 속에서 ‘진실경(眞實景)의 미감’을 고취 시킨다. 평생에 걸쳐 각지의 명산대천          는 시가(詩歌)와 ‘자연-인생-예술’의 일체된 삼매경(三昧境)이 작품 안을 훤히 밝
        (名山大川)을 돌아다닌 작가의 내러티브는 ‘먹+호분+석채 등’이 레이어된 동시            히듯 자리한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멋과 음악, 예술과 여유, 사색과 사생을 즐겨
        대의 마티에르와 만나 ‘우직하면서도 세련된 시대미감’을 창출한다. 캔버스에 수            온 작가의 에너지는 작품을 보는 이들 모두를 ‘풍류객(風流客)’으로 전시장 전체
        용성 매제인 아교를 채택해 ‘채색화의 다채로운 정취’를 표현하는가 하면, 서로            를 ‘풍류방(風流房)’으로 만든다.
        다른 미감을 ‘풍류적 공감’으로 흡수해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관계성=퀀텀점프
        효과(Anything that is possible will happen)’를 창출하는 것이다. 퀀텀점프효  남산에서 바라본 다양한 사생 풍경들은 어제와 오늘을 머금은 영원의 시간을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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