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최인순 초대전 2024. 10. 23 – 10. 31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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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서사 : Becoming space of time




          따뜻한 색감을 가진 잔잔한 터치로 가득찬 그림에서 가시적 형상성을 지닌 공간과 빛 그리고 그것을
          중첩되는 터치로 표현한 행위에 주목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공간과 빛의 이미지와 반복되는 행위 사
          이에 ‘화가의 생각’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라는 것은 삶에 있어서 갖는 필연적 의미 때문에 여
          러 가지 은유적 의미를 가지는데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의미가 안식처이다.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
          서 공간/집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지향의 원천을 ‘요나 콤플렉스’에 기인한다고 하면
          서 공간/집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때 느낀 안온함과 평화로움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고 형
          성된 원형적 이미지라고 했다. 예술적 상상력이 평화로운 어떤 것을 찾을 때 본능적으로 모태회귀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려 하는 속성이 있다고 할 때 최인순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
          든, 메타포의 세계로 은유인 동시에 환유적인 이미지로서 작가 자신의 ‘잃어버렸던’ 또는 ‘잊어버렸던’
          평화로운 공간의 기억을 ‘지금 여기’에 겹쳐놓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보여주는 공간은 외경은 알 수 없는 실내공간이거나 디테일뿐인 닫힌 공간이다. 이렇
          게 닫힌 공간에 작가는 빛을 개입시킨다. 공간이 어둠 속에 감춰져 있을 때 그것은 어떠한 안식도 미적
          대상도 되지 못한다. 빛이 없는 공간은 외부에서 들어와 내부를 비추는 빛은 닫힌 공간을 열어서 외부
          와 소통하게 하는데 내적인 공간과 외적인 빛이 만나는 이 지점이 내부지향인 동시에 외부투사를 지향
          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작가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이고 작가의 서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마음속에
          있는 의식은 상징을 통해 시각화되기 때문에 일견 빛이 중요한 상징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그림을 구성
          하고 있는 가장 작은 요소인 터치에 주목해야 한다. 화면 위의 터치는 단순한 터치가 아니라 화면 위에
          축적되는 삶의 순간들의 상징들이다. 즉 최인순의 터치는 경험된 시간의 물리적 응축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마치 인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지 않는 것처럼, 터치는 반복되어도 색상은 반복되지 않는
          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마티스는 색을 선택하는 것을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동일시했는데 작가 역
          시 색 자체에 기억과 감정, 즉 ‘내면적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업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순간순간
          들이 쌓이고 쌓여서 기억 속에 퇴적되어있듯이 캔버스 위에 찍혀지는 수많은 터치와 터치 사이에 존재
          하는 물리적, 시간적 중첩 사이에는 기억의 연쇄가 자리 잡고 있다. 중첩되는 행위가 만드는 그림과 지
          움, 드러남과 사라짐의 반복은 파편화된 기억의 단편들을 그 연속성 속에서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고
          형상성/공간을 만들어 가는 점진적인 과정은 삶의 총체성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다
          양한 색들의 터치들이 보여주는 혼돈 가운데서 드러나는 시적 이미지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 아름다
          움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내부/공간과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빛은 이제 단편적이고 이질적인 색/기
          억들을 관계 속에 엮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단절된 채 닫힌 세계에 남겨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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