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최인순 초대전 2024. 10. 23 – 10. 31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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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빛을 담아내다 162x112cm
Oil on canvas 2023
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와 연결시키고 그 연속성 속에서 의미와 서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개별적인 기억을 상징하는 색으로 표현된다는 의미에서 최인순의 작업은 일종의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살아온 삶의 표현으로서 고백은 내면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인데 정
리되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표현되어져야만 하는 삶의 경험들이라면 그 작업은 실존의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작업이고 또 우회적인 언어인 형상언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과 그
빛으로 충만한 공간 그리고 빛을 받고 서있는 꽃병 등은 이런 이유에서 언어의 형상성, 엄밀히 말해서
‘잃어버린 언어의 형상성’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폴 드 만은 만일 언어가 형상에서 기원하며 기본적
으로 은유적이라고 한다면 실재적 언어는 형상성이 잊혀진 형상적 언어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
다. 최초의 언어가 형상적이라고 한다면 언어 이전에 그리기가 있었고 그 몸짓, 반복되는 터치는 존재
론적인 자기고백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최인순의 행위에서 부수적으로 생성되어지는 공간/풍경은
시간성을 가지는 터치의 중첩이 공간적인 시간으로 점차 변형되어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Becoming
space of time, 공간화 되어가는 시간은 한 존재의 역정(歷程)을 언어와 언어 외적인 모든 세계, 즉 실
재적 세계와 기억의 은유적인 세계와의 상호텍스트성으로 읽혀질 수 있는 것이다.
최인순의 그림은 결국 ‘잃어버린’ 형상적 언어 즉 풍경이라는 외피에 가려져 있던 기표적 존재로서의
형상성을 이용하여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일상적 언어는 우리
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전달할 뿐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면서 은유의 힘만이 새로운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고 서두에 거론한 ‘요나 콤플렉스’ 이야기는 결국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탈출해 다
시 빛나는 세상으로 돌아오는 ‘요나의 기적’으로 끝난다. 세계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빛의 연금술’
처럼 작가의 시선 역시 세계와 만나는 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으로 다채로운 ‘시선의 연금술’이
발휘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글 : 노 순 석 (조형예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