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임혜영 초대전 2025. 7. 2 – 7. 29 갤러리쌈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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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Flora-48 91x116.8cm
Oil on canvas 2025
배경이나 구성도 여인의 인물을 살리기 위해 배경을 생략하는 형식으로 꽃의 주변 배경을 아기자기하게 묘
사하는 초현실적 구성으로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부드러운 핑크빛 담채 바탕에 빨강, 노랑, 파랑의 경쾌한
빛깔, 음주 가무에 풍악이 있는 야외에서의 유흥 등이 작가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를 살짝 엿보게 한
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다양한 풍경의 조합에서 우리가 꼭 하나 빠뜨린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이 모든 그림 속에서 마치 작가의 서명처럼 한결같이 등장하는 한 마리 새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새는 화폭에 따라 파랑새, 핑크빛 새, 노란색의 새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신비로운 표정으로 꿈을 꾸는
여인에 약방에 감초처럼 슬쩍 나타나는 그 새야말로 작가 임혜영의 마스코트처럼 보인다. 어쩌면 작품 속
에 화가 자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바로 새일지도 모른다.
텅 빈 상념에 찬 눈빛과 그녀를 감싸고 있는 무수한 꽃들, 부드러운 색채와 스토리로 몽환적인 여인의 감은
눈과 제스처. 그 머리에 살그머니 앉아 있는 새는 누가 보아도 여인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거나 동시에 희망
의 상징이 틀림없다.
보통 “새는 먼먼 시간의 역사라는 강(江)을 건너온 전령. 이승과 저승,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상징적 존
재로 여인의 동반자다. 블링블링한 자수(刺繡)를 오브제로 운용함으로써 현대여인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과거의 기억이 반짝이며 해후하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화폭 속에 바로 새는 이승
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靈媒)이며 과거와 현재의 메신저이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아이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를 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이제 작가는 옷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진 그러한 순수영혼의 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했
다. 이제는 그런 시간에서 벗어나 의인화하거나 관능적 신비감이 드는 꽃과 여인으로 우아한 곡선과 화려
한 장식성으로 몽환적 분위기의 여인이 이상향에 꿈을 실은 매혹적인 표정을 보여준다. 어떤 몽환적 사색
을 즐기는 듯 여인의 표정과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감흥에 몰입하는 그 순간들. 임혜영은 그 다시 태어나고
싶은 환생의 그리움을 화폭에 풀어내면서 그 뜨거운 노래와 열망을 새에게 실어 보낸다.
이제 임혜영은 여류화가로서 그동안 예술가로서 살아온 내면의 모든 솔직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 열정과 욕
망으로 ‘환생’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고백하고 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임혜영 작가를 보아 왔다. 이 작가
의 진솔한 이 고백은 그래서 한 예술가의 진지함이 어떠한 깊이와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소설가 박경리는 “꿈은 화폭에 있고, 시름은 담배에 있고, 용기 있는 자유주의자, 정직한 생애. 그러나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라고 천경자를 노래했다. 그러나 이제 “나의 작품은 여인이 진정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스스로를 알아가게 되는 고아한 내면세계를 전하는 것이 궁극의 바램이다”라고 했던 임혜영을 아마도 먼
훗날 사람들은 “꿈은 꽃에 있고, 기쁨은 여인의 얼굴에 있고, 그래서 꽃과 여인에 빠져 사는 환상주의자, 한
마리의 새’ 인생을 꽃의 축제처럼 꽃을 ‘푸닥거리하듯’ 그림을 그린 열정의 화가로 임혜영을 기억할 것이다.
- 김 종 근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