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쌍교동 우아한 작당전21. 11. 11 - 11. 19 갤러리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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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일상이, 여행


          최 희 정




          시간이 축적된 공간이나 이야기를 품은 오래된 것들에 가슴                     결혼 후 늘 당연시 여겼던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단
          이 뛰고 눈길이 간다. 아무리 삐까뻔쩍한 물건이 눈앞에 있어                   독주택에서 처음으로 살아보았으며, 인테리어 업자의 취향이
          도 감흥 1도 없지만, 흙먼지 부스스 떨어지는 낡은 벼랑빡에                   아닌 나만의 인테리어를 직접 하다가 쓴 맛도 보았고, 집 옆
          는 미친 듯이 핸드폰 카메라를 눌러댄다.                              에 딸린 손바닥만 한 작은 텃밭에 삽질 노동으로 연못을 만들
          어쩔 수 없는 끌림이고 취향인가 보다.                               기도 했다. 명절은 아니지만 씻은 쌀을 들고 동네 방앗간에서
                                                              떡을 했을 때는 마치 처음으로 (어른이 맞지만) 어른이 된 기
          그래서 목포는 내게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다.                            분이었다.
          바다와 섬, 강, 산…. 자연의 모습도 환상적이고, 역사를 품은
          원도심은 어느 도시와도 절대 비교 불가한 모습으로 아름답                     또한 원래는 고양이를 무서워했었는데 동네 골목에서 매일
          다.                                                  마주치는 고양이들이 이웃처럼 느껴져 지금은 반려묘와 함께
                                                              사는 집사이기도 하다.
          차가 들어올 수 없어 맘 놓고 걸을 수 있는 좁고 긴 골목길. 꼬                더불어 동물과 함께 살다 보니 육식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
          불꼬불 길이라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나올지 예상할 수                    으로 이젠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채식주의(진행 중)란 강을 건
          없어 더 즐겁다. 그리고 그 골목길에서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                   너버렸다.
          는 소박한 사람들.
                                                              책만큼은 맥시멀 리스트인지라 미니멀을 추구하며 책 정리를
          목포 발령받아 1년 체류 예정이었으나 최대 머물 수 있는 근                   하기 위해 목포의 첫 독립서점을 열기도 했다. 단, 책이 나가
          무기간을 꽉 채워 넘겼다. 고향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살았던                   는 속도보다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빠르기는 했지만. 그리고 그
          도시가 되었다. 희한하게도 목포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때 인연이 된 사람들과 지금 이렇게 ‘쌍교동 우아한 작당전’을
          것들이 많았고, 내 인생은 목포 거주 before와 after로 나뉘              준비하고 있으니 ‘인생은 예측불가, 그리하여 생은 의미가 있
          었다.                                                 다.’라고 한 만화작가 신일숙의 말이 떠오른다.


                                                              전시회 준비 중에 다시금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
                                                              다. 목포가 담긴 사진들을 편집하는 동안, 그때 느꼈던 공기
                                                              와 바람이 나를 다시 목포로 데려가곤 했다.


                                                              이 기분, 이 느낌 함께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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