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소울황소 초대전 2022. 11. 23 – 12. 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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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위해 바치는 추상 언어의 헌사



                                                                - 신 항 섭(미술평론가)



           추상회화도 어느새 고전이 되었다. 뜨거운 추상, 즉 기존의 회화 양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추상
           회화가 출현한 게 2차대전 이후였으니, 8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추상회화는 여전히 다양한 얼굴
           로 모습을 바꾸어가는 현재진행형의 회화 양식으로 자리한다. 새로운 작가에 의해 새로운 방법이 모
           색되고 연구됨으로써 부단히 진화하고 있을뿐더러 그 표현영역 또한 확장되고 있다. 이로써 추상회
           화가 세계미술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표현양식인지 알 수 있다.


           소울황소의 작품에서 추상회화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의 그림은 표현 감정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드러내는 전형적인 뜨거운 추상이다. 다양한 색채와 여러 가지 기법의 혼용함으로써 다소
           복잡한 화면 구조를 보여준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추상이다. 그런데도 차츰 눈에 익어가면서 무언
           가 기존의 추상과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급했듯이 색채, 기법, 그리고 구조에서는
           낯설지 않은데도 세부적인 표현에서는 개별적인 해석이 드러나는 까닭이다.


           개별적인 해석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과 연관성이 있다. 그의 작업은 몇 가지 형식으
           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형적인 흘리기나 뿌리기 중심의 작업과 문을 소재로 한 일련의 기하학적인
           구성에 근사한 작업, 그리고 꿈틀거리는 모양으로 깊게 파인 선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작업이다. 이
           처럼 세 종류로 구분하는 건 기법과 방법에 따른 차이에 근거한다. 그의 작업은 아름다운 색채와 우
           연적이고 무의식적인 행위에 의한 이미지들의 조합이다. 어느 형식이나 여러 가지 색채들이 혼재하
           는 상황에서도 전체적인 통일감이 감지된다.

           이들 작업 가운데 눈에 띄는 형식의 하나는 흡사 지렁이가 기어간 듯싶은 구불구불한 이미지가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깊게 파인 흔적처럼 보이는 이러한 이미지는 유려한 리듬을 촉발한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걸로 착각하기 쉬운 이미지이다. 더구나 그 이미지는 마치 부조처럼 음각 형태로
           자리하면서 화면에 동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자유롭게 움직이는 움푹 파
           인 선의 동세는 시각적인 쾌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과 다르게 일정한 리듬과 방향성을 가진 선이다. 힘차고 빠르고 명확한 제스처로 유려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선은 신체적인 힘과 긴 호흡을 반영한다. 작가의 신체적인 힘이 어떻게 회화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기법 또는 표현 방법은 신체적인 힘을 이용한 액션 페인팅의 한 지류라고 할 수 있으나,
           음각 형태의 선은 뜨거운 추상의 보편성을 벗어난 것이다. 이처럼 움푹 파인 모양의 선은 손가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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