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소울황소 초대전 2022. 11. 23 – 12. 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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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이루어진다. 일종의 핑거페인팅이라고 할 수 있으나, 물감을 손가락으로 찍어다가 캔버스에
           붙이는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르다. 이때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물감 자체 또는 물감을 혼합한 미
           디엄과 같은 용재를 사용함으로써 부조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진득한 물감의 덩어
           리가 굳기 전에 손가락으로 파내듯이 작업하는 일련의 과정이 머릿속에 선연히 그려질 정도로 그 이
           미지가 명료하다.


           다시 말해 물감이나 물감을 섞은 미디엄을 두텁게 바른 뒤 마르기 전에 손가락의 힘을 이용하여 음각
           형태의 선을 만드는 것이다. 손가락을 이용하는 표현기법이 새롭지는 않을지언정 자유로운 곡선이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듯싶은 시각적인 이미지는 그만의 조형감각이지 싶다. 이 작업에서
           는 단순히 손가락의 힘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 읽히는 시각적인 이미지로서의 선은 어느
           면에서 붓의 세밀한 표현보다도 더 깊고 섬세한 감정을 묻혀낸다. 손가락을 사역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감정과 미의식이기 때문이다.


           한편 문을 소재로 한 평면적인 이미지의 작업은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처음부
           터 계획되고 의도된 대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극히 단순한 시각적인 이미지이지만 그처럼 간
           결하게 압축하기 위해서는 비례감각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한된 색채만으로 이
           루어지는 단순 평면이기에 최적인 이미지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작품 숫자가 많지 않아
           그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작업량이 늘어가면 적합한 비례를 찾는 감각 또한 좋아질 것으로 보
           인다.


           추상회화에서 흔히 쓰이는 흘리기나 뿌리기 등의 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작업은 물감의 축적으로 인
           한 복잡한 구성임에도 색채의 조화로 인해 혼란스럽지 않다. 크고 작은 점이나 선 그리고 반점과 같
           은 이미지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도 다채로운 색채의 조화는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그는 아름다운
           색채이미지에 대한 감각은 타고난 게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대전제를 충
           족시키는데 필요한 감각은 선천적이라는 얘기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그의 추상회화는 일천한 화력에 대한 불안감을 일거에 씻어낼 만한 수준의
           안정적인 조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첫 작품 발표전을 통해 한 걸음
           성큼 진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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