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윤인자 초대전 2022. 10. 5 – 10. 29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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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깔 - 그 원색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그림을 보는 순간 ‘이게 뭘까?’라는 생각부터 들
게 한다. 꽃 같기도 하고, 숲 같기도 하고, 나무 같기도 하고…. 그림은 나무가 이룬 숲, 숲을 이룬
꽃. 숲 그 자체이기도 하고 꽃 숲이기도 하다.
화가 윤인자는 ‘숲·정령精靈시리즈’라고 전시회를 명명했다. ‘정령 Spirit’은 만물의 근원을 이룬
다는 신령스러운 기운이거나, 산천초목이나 무생물 따위의 여러 가지 사물에 깃든 혼령을 말한
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뭔가는 알 수 없지만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다. 이 역설적인 느낌이 정령이
고 혼이다. 그림에 혼을 불어넣고 싶은 그녀의 희망이고 욕망의 표출일 것이다. 화가 스스로 말
한다. 흙과 땅, 그리고 풀과 나무를 수없이 그려온 지금,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싶다고. 단순히
흙과 땅, 풀과 나무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그것의 내면을, 본질을 파악하고 싶다고.
숲은 그냥 나무가 모인 집합체가 아니라, 숲의 속성, 나아가 자연의 핵에 해당한다. 습관적으로
바라보는 나무의 표피가 아니라 수평과 수직이라는 조형언어의 원형 속으로 자연스럽게 접근
해 간다. 숲을 죽 뻗은 나무줄기와 가지, 그리고 땅이 가진 기하학적 형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