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샘가 20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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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불빛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화려한 불빛
거리를 채울 때마다
무뎌진 가슴은 고요하기만 한데
요란한 캐럴은
귓가를 소음처럼 맴돌아
잊었던 동심의 기도를 잠재웁니다.
반짝이는 간판
사람의 마음 훔칠 때마다
늙은 마음은 무디어지기만 한데
선물을 고르는
분주한 손길 속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던 아기는
희미해집니다.
화려한 불빛
사방이
거리를 채울 때마다
환히 빛날수록
무뎌진 가슴은 고요하기만 한데
내면의 어둠은 더 또렷한데
그 무감각은
그 텅 빈 고요함
잃어버린 감격의 집이 되어
한가운데서 비로소
소음이 아니라 침묵의 기도가 됩니다.
작은 말 구유의 온기가
간절해집니다.
성탄의 불빛은
화려하고 공허할수록
가장 낮은 곳의 아기를 더
그리워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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