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신철순 개인전 2024. 7. 24 –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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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사 (祝辭)
Congratulatory Message
회화의 형상 – 근본이 만나는 지점
작가 신철순의 작품은 연결 그리고 공존의 작업이다. 지난 40년간 흙으로 형상을 만드는 도예가의 길을 걷던 작가는 흙
을 근원으로 삼아, 이제 회화 작가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작가에게 흙은 작가 인생 그 자체이며, 자연스러운
예술 활동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근원의 출발점에서 흙으로 빚어내던 달항아리를 화폭에 옮겨
담는다. 그림으로 바탕을 만들고, 흙으로 형상을 쌓아 올린다. 흙이라는 자연이 회화라는 근본의 틀 안으로 들어온 것이
다. 이러한 작업은 이전의 답습이나 소재의 차용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고민 속에서 비워내고 덜어내 새로움을 담아내
는 한국적 자연미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자연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생활 터전인 동시에 의식주를 해결하는 자양의 공급처이며, 죽음 이후 돌
아가는 고향과도 같다. 종교를 막론하고 자연과의 조화와 순응이 기조에 깔려있다. 작가는 이런 순응과 조화를 누구보
다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화면에 나타나는 달항아리는 기존의 달항아
리가 보여주는 온화한 백색과 볼륨감, 우아한 형태와는 조금 다르다. 다양한 흙의 색과 무수히 많은 균열이 표면을 덮고
있다. “내 작업에서의 균열은 도자기의 가공된 모습이 본연의 흙으로 회귀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작가는 말한
다. 온전한 형태의 항아리는 균열을 통해 화면에 긴장감과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또한, 도자기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
레 금이 가고 깨어지는 것처럼, 작품 곳곳에 균열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미세한 공간에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이
작가가 추구하는 미적 탐구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영역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움을 만드는 작가의 전시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가 2024년에 집중하는 방향이 공존(共存)이라는 개념에 있
어 서로 다른 질료의 결합, 과거와의 조화, 근본(根本)을 탐구하여 새로운 공존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를 개최함에 의
미를 두고자 한다. 미(美)의 본질적 탐구가 인간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미적 탐구는 새로운 영감을 제시한다는 측
면에서 괄목할 만한 전시라 여겨진다.
40년이란 세월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만 시간의 법칙처럼 10년 정도 한 길을 파고들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작가 신
철순은 이런 10년이 4번 곱해진 시간에서 과감히 벗어나,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10회 개인전을 맞이한 이번 전시는 회화 작가로서는 처음 선보이는 첫 개인전임에 의미가 깊다. 한 폭 한 폭에 고스란히
담긴 작가의 인생과 예술의 여정을 함께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도전과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되는 전시이
길 바라본다.
여주시 미술관 「아트뮤지엄 려」 학예실장 전 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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