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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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몽유금강산-7, 100×122cm, 한지, 단청안료, 석채, 호분, 먹, 2014
단청과 회화의 융합,
을 넣고 비벼서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빕밥과 같은 것을 말한다. 크로스오버는
단청산수화 독립된 장르가 서로 뒤섞이는 현상으로 짜장면과 짬뽕 둘 다를 먹을 수 있게
만든 짬짜면과 같은 것이다.
작업 과정은 수없이 많은 일관된 반복과 몰입의 연속이다. 힘들고 고되지만 노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동의 희열을 느끼는 중독과도 같은 작업인 것이다. 바탕재를 만들 때부터 한지
단청산수화는 단청과 회화의 융합을 시도하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적 산수화, 에 교반수를 바르고 말리는 작업의 반복으로 시작된다. 단청의 밑그림인 초를
특히 겸재의 진경산수화중 금강전도와 단청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장르의 실 만들듯이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 사찰, 그리고 하늘을 스케치 한다. 스케치를
험 작업이다. 장르를 넘나드는 뒤섞임의 문화 또는 탈장르의 문화를 의미하 한 밑그림 위에 교반수 칠해서 말린 한지를 올려 놓고 먹으로 그대로 옮긴다.
는 크로스오버crossover나 퓨전fusion이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한 발상에서 채색작업은 단청의 전통적인 채색 방식대로 초빛, 2빛, 3빛의 순서로 '휘채색
시도하였던 것이다. 법'(gradation)으로 채색한다. 마치 석수가 정과 망치로 수없이 많은 망치질을
반복해서 돌을 쪼아 조각을 하듯, 옛 여인들이 수많은 밤을 새워 가며 오색실
'fusion' 이란 '융합, 결합'이란 뜻이고 'crossover' 역시 '넘어서 교차시킨다' 라 을 끼운 바늘로 한땀한땀 수없이 많은 바느질을 반복하여 수를 놓듯이, 끊임
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두가지 모두 장르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장르를 창 없이 수많은 고된 붓질을 거듭 반복하는 채색작업을 거쳐 화폭을 채워 나간다.
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퓨전은 서로 다른 것을 융합하여 그 이전과는 전혀 색 초빛, 2빛, 3빛의 채색이 완료되면 초빛을 칠한 바깥 가장자리에 먹으로 둘레
다른 장르를 만드는 것을 말하며, 마치 여러가지 나물을 섞고 고추장, 참기름 선을 긋는 '먹기화'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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