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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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금강산-28, 72.7x90.9cm, 캔버스, 단청안료, 2020
먹기화 작업이 완료되면 먹 둘레선 안쪽으로 흰색 둘레선을 긋는 '시분' 작업 연필 한자루만 있어도 즐겁게 자기 마음껏 자유롭게 그릴 수 있듯이, 재료나
을 한다. 먹기화와 시분은 옵티컬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 표현기법 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정신과 내용, 그리고 표현의 자유로
철선법'으로 작업하는데 세필로 철사와 같이 날카롭고 가는 선을 속도감 있게 움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껍데기보다는 알맹이, 형식보다는 내
그어서 끝을 이루면 작품이 완성된다. 수많은 반복과 몰입의 작업을 거듭하여 용, 물질보다는 정신, 즉 본질과 자유로움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직하고 신성한 노동의 결실을 얻게 되는 기쁨을 느낀다.
단청산수화 작업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핵심이 되는 요소는 색의 결이다.
작업에 쓰이는 안료나 바탕재는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안료의 경우 천연 안료 물결, 바람결, 나뭇결, 마음결, 숨결, 살결, 머릿결, 비단결, 꿈결 ...결이란 말
든 화학 안료든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 이 붙은 단어은 대체로 따뜻함과 부드러움, 아름다움이 내재된 느낌을 준다.
에 비유하면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작 색에도 결이 있다고 생각이다. 색의 결을 가장 잘 표현한 예술이 단청이며, 단
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비싸고 좋은 재료를 쓰면야 나쁠 것 청에서 색의 결은 초빛, 2빛, 3빛으로 표현한다.
은 없지만 일부러 비싼 재료만을 고집하는 것은 사치이고 욕심이라고 생각
한다. 절제하는 정신이 작품의 깊이를 보다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오방색으로 무수히 많은 결을 무념무상(無念無想)하게 채워가면서,
그래서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 거칠어진 숨결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더럽혀진 마음결을 정결하게 닦으려고
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는 정신을 지향한다. 어린 아이에게 아무 종이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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