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최종옥 개인전 2025. 7. 2 – 7. 8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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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양식에서 현대를 잇는 조화미의 창견                         감하면서 대상의 구체적 양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대로 지               게 된다. 실상 자연의 이치를 보더라고 시각적으로나 청각
         - 역사적 의미와 미학적 의미, 그리고 형상적 의미를 표상 -             각을 지속하여 과거와 현대를 잇는 양상이 특징으로 나타난               적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지 대기 중에 무형의 존재로 형성
                                                        다.                                            되어 있는 기류(氣流)나 바다와 같이 깊은 물의 수류(水流)
         글 : 박명인(미술평론가 · 한국미학지음회 회장)                       그러나 역사적 대상 물체로 있을 때와 그림으로 그려 놓             는 소위 바람의 소리, 물의 소리가 엄청나게 크다. 이것은 인
                                                        았을 때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역사적 대상 물체는 시각적              간의 두뇌에 존재하는 수류나 기류와 같은 움직임을 갖고
         현대미술은 반미적 예술을 외치며 미적 차원을 극복하려고
                                                        인 그대로 역사적 물체에 불과하다. 이를 최종옥이 화폭에               있어서 수많은 사유로 인해 무엇인가 창견(創見)하게 되고
         한계성을 제시하면서 액츄얼(actual)한 문제 제기를 했다.
                                                        옮겨 놓았을 때는 역사적 의미와 미학적 의미, 그리고 형상              발견과 발명을 낳게 되는 것이다. 사물의 무형적 유형적 생
         그것이 추상미술의 출현이다. 그러나 구상미술을 딛고 일
                                                        적 의미를 표상하고, 있음으로  해서, 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태의 순간적 인식의 차이가 있으나 최종옥은 물을 보면서
         어섰다고 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미술은 미학에서 말하듯
                                                        있다.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물체의 실제성 정상                고요를 생각해 냈다. 태공 강여산(太公 姜汝山)이 물가에 앉
         이 반복성, 복제성, 모방성이 있어서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情狀)이 아니라 대상 물체로부터 심미의식을 표출한 미적               아 미끼도 없이 낚시대를 걸고 육도삼략(六韜三略)이라는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가 표현하는데 있어서 구상이나
                                                        소산이다. 만약 최종옥의 눈에 그것이 고대양식의 건축물이               병법을 생각해 낸 것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없다’라는 말은
         비구상이나 경계선을 끗는 것도 타당치 못하다. 화가의 의
                                                        라고만 보였다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의욕은 생기지 않았을               사유의 근간이다. 그러니까 최종옥은 소리 없는 깊은 물을
         욕은 사유하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최종옥의
                                                        것이고, 예술성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종옥은 거기               심오한 정신적 내면의 세계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회화를 보면서 추상과 구상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은 하나도
                                                        에서 역사의 궤적으로 보았고, 현대와 비교되는 미적 요소                  미술사적 근간을 보면 많은, 화가들이 새로운 표현양식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최종옥은 표현하는데 급급한 것이 아
                                                        를 발견하였고, 색채의 변화를 보았다. 그러므로 해서 미술              창안하려고 하였고, 그러므로 많은 화파가 생겨났지만, 거
         니라 남다른 사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미를 은근에서, 그리
                                                        로 표현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미술로 표현              기에 머물지 않고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한
         고 끈기는 한국의 힘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근성
                                                        하게 된 것은 바로 현대와 비교되는 형상과 색채의, 조화의              노력을 해 왔다. 그렇지만 최종옥의 회화 양식은 남다른 점
         은 한국의 특성이다. 흔히 잡초 같은 민족이라고도 하지만
                                                        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있다. 표현에 있어서 시각적인 형상표현이 아니라 역사
         그것은 비아냥대는 어리석은 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인
                                                           최종옥은 자연의 물상이나 역사적 문화재를 향해, 교감              성과 민족성에 의해 새로운 표현양식을 창안해 내고, 있는
         류 역사상 왕조가 600년 이상 유지된 것은 오직 한국뿐이
                                                        하며 대상의 구체적 양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대로 지각               것이다. 그것은 백두산이나, 금강산과 같이 민족의 정기가
         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오랜 왕조가 유지되었다는 것은
                                                        을 지속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양상(樣相)이 특징이다.              살아 있는 아름다운 자연미라든가, 천년의 숨결이 살아 있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바로 최종옥이 주장하는 끈기와 은근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 대상 물체로 있을 때와 그림으로 그              는 불국사, 석굴암, 다보탑과 같은 역사적 물상에서 한국의
         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문화가 전통을 잇고 있었다
                                                        려 놓았을 때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역사적 대상 물체는 시             미라고 할 수 있는 곡선미, 조형미, 색채 미에 주목하고 과
         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은근(慇懃)이란 의미는 태도
                                                        각적인 그대로 역사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종옥이 화폭에               거의 예술적, 미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예술적
         가 겸손하고 정중하며, 은밀하게 정이 깊다는 의미이다. 한
                                                        옮겨 놓았을 때는 역사적 의미와 미학적 의미, 그리고 형상              매력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국인은 애초부터 불교나 유교의 사상이 깊어서 예의범절이
                                                        적 의미를 표상하고 있으므로 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아리랑 판타지, 우주의 신비, 아름다운 색의 여정과
         바르고 정이 넘치는 민족이다.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체의 실제성 정상(情狀)이                같은 추상작품에서는 옛, 것을, 살피며 고향의 향수를 그리
            여기에서 착안한 최종옥의 사유는 오랜 전통문화유산의
                                                        아니라 대상 물체로부터 심미의식을 표출한 미적 소산(所                워하는 마음에서 강한 예술적 감성을 되살리려고 했다. 이
         미적 가치와 민족성, 애국애족성이다. 민족적 심미의식을
                                                        産)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것을 최종옥은 ‘자연스러운 멋과 정신이 은근한 끈기가 작
         은근과 끈기에 있다고 하면서 은근은 한국의 미이고, 끈기
                                                           또한, 표제에 ‘깊은 물은 소리가 없다’라는 말에 간과할 수          품에 스며 녹아있게 하려고 했다’라고 말한다.
         는 한국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수난을 극복해 온 저
                                                        없는 미학적 이유가 있다. 대부분 미나 예술에 관한 소견이                특히 구상회화는 적당히 시각적으로 어색하지 않게 그려
         력이 숨 쉬고 있는 국민성을 말하는 것이고 오랜 역사를 지
                                                        좁은 관견(管見)이 보편적이지만 예술적 작품에 임하는 사               도 무방하다는 생각에 빠져 그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비
         켜 낸 전통문화에 대한 통찰력과 불교 또는 유교에서 유지
                                                        유는 정신적 내면의 형상이 도출되기 때문에 깊은 의미가                슷한 것을 계속 반복하게 되지만 추상회화는 그 자체가 비
         되고 있는 정신문화를 함유하면서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하
                                                        있다. 이것을 최종옥은 ‘깊은 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라고 표            슷한 것을 반복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무엇보다 화가
         고 있는 것이다.
                                                        현하고 있다. 같은 의미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광의적인 사               의 사유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의미 부여가 없이는 표현이,
           이같은 사유는 자연의 물상이나 역사적 문화재를 향해 교
                                                        유는 무형의 의식이며 감성으로서 미적 존재가치를 형성하                불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최종옥의 작품은 결구주의적(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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