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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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창문이 있는 삶, 116.8×91.0cm, oil on canvas




        의 활약은 곽계정이 단순한 ‘한국 작가’가 아닌, 한국 공예의 국제화를 선       명력 있는 이미지와 연결되며, 관람객에게 동화적 상상과 민속적 상징의
        도한 예술가임을 입증한다. ‘세계가 먼저 알아본 작가’라는 평가는 결코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과장이 아니다.
                                                        대표작인 『산과 오리와 항아리』(2015)는 목재 위에 백동 플레이트를 콜
        장르를 해체한 예술 실험, 전통 공예의 재구성                       라주하여 단순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조형미와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곽계정의 작업은 특정 재료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목공예, 왕골공          융합한 작품이다. 『은인』(1985), 『토끼와 호랑이』(1986)는 오방색 중심
        예, 염색, 종이공예, 동벽화, 회화,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나무,    의 색면 구성과 평면적인 화풍을 통해 전통 민담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
        구리, 유리, 종이, 세라믹 등 다채로운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콜라       해석한 예다.
        주, 핸드페인팅, 실크스크린, 동판화 등의 기법이 결합되면서 그녀의 작
        업은 회화성과 입체성을 동시에 지닌 독창적 공예 미학을 이룬다. 이는          예술과 삶의 일치, 공공미술에서 일상의 미학으로
        실용성을 넘어선 장식성과 상징성에 초점을 맞춘 공예 철학의 반영이다.          곽계정은 순수 조형 작업 외에도 공공 공간에서 예술을 구현하는 데 열정
        특히 실크스크린과 동판화를 결합한 판화 작업은 화려한 색채와 입체적           을 보여왔다. 테혜란로 포철본사 사옥로비에 설치된 조형물과 서울 삼성
        구성을 통해 시각적 충격을 주며, 어린 시절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따         동 뉴월드호텔과  이화여대 기숙사 로비에는 대형 벽화가 있고  『십장생』
        뜻한 서정성을 담고 있다. 곽계정의 공예는 ‘손으로 만든 그림’ 이상의 것       은 동판 위에 회화·조각·판화 요소를 융합한 입체 작품으로, 전통적 상징
        이며, 그것은 하나의 ‘시각 언어’이자 조형 철학이다.                  인 길상 문양과 현대 일상을 결합해 대중과의 소통 가능성을 열어 보였
                                                        다. 이는 곽계정이 추구하는 예술의 방향, 일상을 일탈시키되 다시 일상
        오리와 개구리, 동화와 민담이 만난 현대공예                        속으로 예술을 되돌려놓는 순환 구조를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곽계정의 대표적 상징은 ‘오리’와 ‘개구리’이다. 단순한 동물 형상을 넘어
        이들은 자연과 생명의 은유, 설화적 상상력, 유년의 기억을 담아내는 정         곽계정은 대구 중심가에서 공예사를 운영한 부모 아래 유복하게 성장했
        서적 기호로 작용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동물들은 전통 민화의 생         다. 특히 어머니 이소용 여사는 일제강점기 기예학교(현재의 예술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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