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松下 서홍원 개인전 2024. 10. 23 – 10. 28 인사아트센터경남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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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날 (日日好日)


                  문득 옛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세월은 화살 같다”고. 나 역시 이제 그 말의 깊이를

                 실감한다. 내가 태어난 해는 해방되던 해였고(1945년),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다. 농경 사회를 지나 산업화 시대로 오면서 우리의 생활도 크게 변했다. 나도 한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으니, 내 그림 역시 그 변화 속에서 달라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농경 시절, 닭과 병아리, 까치, 그리고 외갓집 어귀에

                 있던 까치둥지가 생각난다. 그곳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계셨다. 아들이 군에 입대하거나 입학시험을 치를

                 때면 새벽닭 울음소리에 일어나 북두 칠성님께 기도를 드리고, 정성스레 밥을 지어 먹이셨던 어머니.

                 까치가 울 때면 혹시 아들에게 좋은 소식이 올까 봐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그 마음. 그 마음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1960년대 중반, 나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 입학하며 미술가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동양화과 실기실은

                 와우산 자락 중턱, 한강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 그곳을 오르내리며 그림을

                 그렸다.

                  대학 3학년 어느 날, 천경자 선생님께서 갑자기 닭 한 쌍을 실기실에 놓아두셨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으나, 곧 학습 교재로 사용될 재료임을 알게 되었다. 닭을 돌볼 사람이 없었고, 마침 학교 교문

                 앞에서 하숙하던 내가 닭을 키우며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

                   닭  그림으로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비보가  들려왔다.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었다. 그 시기 나는 깊은 심적 고통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오늘, 그 시절을 돌아보며 나는 당시의 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 시절의 기억들은 내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나의 삶에 깊이 새겨져 있다. 앞으로도 더 나은 하루하루가 이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




                                                                                                2024. 10

                                                                                               서   홍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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