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안말금 CATALOGUE RAISONNÉ 200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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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말금의 작품세계
독특한 형태 감각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미
- 신 항 섭 (미술평론가)
안말금은 본격적으로 그림공부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부터 고흐의 작품에 매료됐다. 고흐의 그림만 보면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을 지경이어서 초기에는 고흐의 작품을 임모하기도 했다.
안말금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현저한 특징인 율동미는, 고흐의 작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고흐의 작품과 비교하면 완연히 다
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즉 고흐를 통해 조형적인 영감을 받음으로써, 고흐의 기법과는 다른 조형적인 자기만의 작품 특징을 만들
어 낼 수 있었다.
안말금의 작업은 인물과 성화 풍경으로 나뉜다.
화초나 나무들의 형태 해석에서 뒤틀린 구불구불한 선의 리듬감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는 비정형의 형태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화초의
줄기가 춤을 추듯 구불구불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이는 형태의 변형이나 왜곡이라는 표현방식을 통해 만들어 낸 그 자신만의 개별적인
조형언어이다. 사실적인 형태에서 느끼지 못하는 시각적인 쾌감이 있다.
<백합화>를 비롯하여 <수수밭>, <꿈꾸는 나무>, <엉겅퀴> 등 조형적인 변주는 우리로 하여금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춤을
추듯 리드미컬한 형태감각은 다름 아닌 그의 미적 감각이 찾아낸 조형의 마술이다. 배경에도 동적인 이미지의 터치로 채움으로써 화면 전
체가 약동감으로 넘친다.
인물화는 비교적 온건한 형태감각을 구사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안정적이다. 초상화 형식이 아닌 인물과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 그
림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관련한 어느 한 순간의 장면이 동화처럼 혹은 설화처럼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하얀 염소와 함께 과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걸어오는 소녀를 대상으로 한 작품은 풍경과 인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구불
구불한 시골길을 통해 원근법을 잘 드러낸, 공간적인 표현은 인물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이 작품에서 치맛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녀의 모습에서는 역동감이 느껴진다. 인물을 포함하여 구불구불한 시골길이 뒤로 물러서면서 원경으로서의 산과 교회당 그리
고 하늘로 이어지는 모든 형태가 동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기에 그림 자체에서 발산하는 동적인 기운이 화면에 팽배하다. 그의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 밝고 경쾌하며 약동하는 기운이 내게로 들어오는 듯싶은 감정에 빠져든다.
안말금은 지난 여러 해 동안 개인적인 신앙과 관련한 종교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말씀 묵상과 예배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작품에 담은 신
앙 간증인 것이다.
<아담과 이브>, <아기예수와 성모마리아>, <예수님의 고난> 등 일련의 명제가 시사하듯이 그리스도의 생애를 형상화한 성화인 것이다.
그의 성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그리스도가 태어난 곳의 인물이 아닌, 그 자신의 현실적인 삶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얼굴 모양이다.
즉 한국인의 얼굴로 대체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에게는 그리스도는 어느 특정 지역이나 어느 특정 시기의
인물이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존재성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영적인 대상이기에, 그
의 마음속에서는 물론 그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도 현현(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물을 중심에 배치하는 초상화의 양식적인 질서를 따르고 있으나 십자가와 백합, 비둘기, 물고기 등 기독교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주변
에 배치함으로써 종교로서의 양식을 견고히 갖추고 있다.
안말금의 작품들이 여늬 화가와 다르게 독창적이며 아름답고 강렬하다. 그의 예술은 리듬 있고 힘차며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그 무엇이다.
201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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