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경애 초대전 2023. 2. 3 – 2. 24 금오공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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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 집 새 창호지 문을 꽃잎으로 장식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잔상으로 남아 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은은하게 드러나는 문의
빛깔은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미감(美感)이 되었기에 지금까지 화폭을
마주하게 되었다. 세월들이 중첩되어 지면서 그 물리적 공간은 흐릿해 졌지만
할머니의 진한 사랑과 추억이 배어있던 곳, 안방 아랫목에 발을 묻고 가족 간
에 따스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경험하던 곳이기도 했다. 저처럼 삶의
가치를 공유한 특정 공간에 대한 잠재된 기억들이 아련한 정서로 남아 온기를
품고 있기에 때로는 일상에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자연스런 변화의 과정이지만 현대 도심 속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집단 거주지
는 개인의 특별한 삶의 고유성을 만들기보다 경제적 가치가 커다랗게 차지하
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인하여
삶의 일상이 바뀌게 되면서 집은 물리적 주거의 개념을 넘어 유일한 안전지대
로써 본질적 가치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경험을 축적하여 가는가가 개인
삶으로 이어지듯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 동안 집은 나에게 단순한 주거의 공
간을 넘어 놀이의 공간, 휴식의 공간 그리고 묵상의 공간, 창작의 공간이 되어
주었다.
잊혀져가는 기억의 소환을 위해 오랫동안 'Going Home'이란 주제로 정신적
안식처와도 같은 집, 그 속에 담고 있는 비밀스럽고도 다양한 각각의 삶의 형
태를 유의미한 상징적 조형언어로 전환시켜 작업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아파하고 힘든 지난 시기 마주한 자연은 극명하게 대
비되는 현실과 달리 일상 속을 흐르듯 여지없이 존재 자체로 빛나고 있음을 느
끼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물지 않은 시린 상처로 부터 시선을 옮겨 '집이 있는
풍경(風景)'속으로 빠져 들었고 세상 만물 창조주의 절대적 가치에 대하여 묵
상하는 귀한 시간은 미약하지만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는 어떤 위
로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도 연일 집값의 문제는 이슈가 되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 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
면 수시로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유랑민 같은 현대인들이 잠시 머무는 유형의
집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담은 무형의 집을 한번 쯤 생각하도록 작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여러분에게 진정한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편 참 안식을 누리게 될 본향을 소망하며 누군가에게는 집으로 가는 길이 행
복이고 작은 천국이며 사랑과 기쁨 온기를 얻기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
하며 집의 원형을 찾아 또 한걸음 나서보기로 한다.
_ 집의 원형을 찾아서 작가 노트 中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