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이경애 초대전 2023. 2. 3 – 2. 24 금오공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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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Going Home
- 작품 앞에서 작가와의 대화 가운데 자유기고가 신희진 글-
작가 이경애의 작업을 제일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 그의 작업과정에는 늘 집이 있습니다. 각양각색으로 꾸며진 집도 있고, 속이
비어있는 집도 있고, 허공에 떠있는 집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형태는 집이 확실해보입니다. 처음에는 한 채의 집만
이 우리의 시야에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두 채, 세 채가 되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작품 앞에 있으
니 과연 이곳은 어떤 곳일까? 이곳에는 누가 살까? 이곳에 사는 이들은 행복할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작품에서 주제가 되어 보이는 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족, 포근함, 안전,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
는 부가가치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집은 home이 아닌 house의 개념이 되어버렸고, 가족의 사이가 틀어
지고 마을이 흩어지면서, 또 지금 누군가에게 집은 따뜻함과 편안함보다는 기억하기 싫고 두려운 곳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
가는 작품 속에서 집의 의미가 누구에게는 경험되어진 공간, 누구에게는 희망의 공간, 또 다른 이에게는 꿈의 공간, 향유의 공간
으로 내용 있는 삶의 의미를 내포하고 ‘집으로’라는 작품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가 아닌 간단하지만 깊이 있는 우리의 언어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가끔 숨 막히는 현실에서, 아직
아물지 않은 내 마음의 상처에서, 여러 문제에 봉착한 환경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고 평안함을 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과거에, 지금 당장, 혹은 미래에 찾아올 이런 시기에 우리는 평안함을 누리고 싶은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 할 것입니다. 작품 속
에 있는 ‘집’은 바로 우리가 찾는 평안함의 장소를 의미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장소는 이전부터 우리를 오래도록 기다리
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각자가 품고 있는 집의 의미가 다르듯, 그림 속의 집도 저마다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조용히, 차분하게 그 안에는 따뜻한 온기
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에게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각자 자신만의 집을 찾고 그 안으로 들어오도록 인
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주거의 형태의 벽을 허물고 공간(space)적 확장을 넘어서 주변 환경
과 관계를 이루는 장소(place)성으로 함께 더불어 공유하는 마을(village)과 공동체(community)의 개념으로 펼쳐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존재로 따로 떨어져있지만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며 작품 속에서 너와 나는 이제 ‘우리’가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을 여행으로 비유한다면, 긴 여행을 마치고 우리가 돌아갈 곳이 바로 집일 것입니다. 무성했던 초목이 뿌리
를 내렸던 땅으로 돌아가듯, 깊은 눈주름을 가진 많은 어르신들은 그리움의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이렇듯 각
자에게 후에 꼭 돌아가고 싶은, 또는 돌아가야 할 본향(本鄕)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에 유형의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지
만, 우리 각자의 마음 속 한켠에 마련해둔 작은 비가시적인 공간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이런 ‘집’이 존재하나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작품 안의 집은 이미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여기 너의, 그리고 우리의 집이 있다고.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 김윤아 노래 Going hom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