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4년 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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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2023 No.4, 120×39cm, 종이에 채색, 2023  용2023 No.5, 120×39cm, 종이에 채색, 2023



            미감을 발휘한다. 이른바 용두관음(龍頭觀音), 보살형존상(菩薩形尊像)이 용       련의 사건들 속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아이들과 선한 이들을 향한 ‘벽사와
            의 등 위에 서서 바다 위를 날면서 마귀를 물리치는 형상이다. 기룡보살도(騎      기복’의 헌사(獻辭)에서 비롯된 것이다.
            龍菩薩圖) 속 용두관음(龍頭觀音)은 33관음의 한 분으로, 용을 딛고 구름 위나
            바다 위를 나는 관음을 말한다. 화려하나 과하지 않은 보관(寶冠), 수월관음도     이번 전시의 묘미는 운룡도(雲龍圖)가 모란과 만난 변주이다. 구름 속에서 승
            에서 관찰되는 우아한 사라(명주실로 짠 비단), 바람이 불면 차랑차랑 흔들릴      천하는 쌍룡을 직접 사생한 모란도와 결합한 작품으로, 후쿠오카미술관에서
            것 같은 관음보살의 매무새는 섬세하고 화려한 고려불화의 에너지를 오늘로         발견한 최고 기량의 모란도에 대한 감화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어지게 한다. 뺨과 턱은 둥글고 풍만하게 표현돼 있으면서도 근엄하기보다        “정원에서 직접 모란을 키우며 사생한 작품들은 다른 그림을 모방하며 그린 것
            친근한 인상을 주며, 우리 시대에 충실한 비례미를 가미해 ‘현대화된 보살로의      과 다른 ‘생생한 생명력’을 갖는다. 직접 모란을 키우며 그린 경험 때문인지, 수
            전이’를 성취한다. 작가의 해석과 만난 ‘구도-비례미-형태미-색채-선묘’ 등은     백 년 전 화가의 모란도 역시 사생(寫生) 모란이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전성기 불화미감을 인지하기 위해 두 번이나 찾은 “후쿠오카박물관에 나온 폭       고 말했다. 상상을 강력한 리얼리티로 전환한 권지은의 변주는 벽사와 길상, 권
            2.5m 높이 4.2m의 압도적 고려 불화”와의 교감에서 더욱 확고해진 느낌이다.   위와 염원을 우리 삶에 부여함으로써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의 바람직한 방향
            불화의 선은 사소한 선이라도 5번 이상 그어야 완성될 만큼 선묘에 에너지가       을 제시한다. ‘한국불화의 현대화’를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가치가 아닌 ‘현실
            담겨야 한다. <반야용선도> 역시 용과 불화가 결합된 유일무이한 그림으로, 일     인식과 기본에 충실한 가치’ 속에서 발견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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