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
P. 73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매일매일 반복적인 일에 매달리고 있다. 등의 성분이 강한 옻칠을 가미해 습기나 해충에 약한 나무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며 전체적으로 옻칠까지 마감한 것을 완성품으로 전제한다.
목판에 칠하고, 칠장에 넣어 말리고, 사포로 매끄럽게 치고, 또 다시 칠해서 칠장
에 넣어 말리기를 4회 이상 반복한 기본 베이스 위에 달항아리와 궤를 형상으로 달항아리는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초,중반에 유행한 백자 대호로서 원만한 형
담아본다. 태미와 조선의 자연친화적인 심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듯 넉넉함을 지닌 조선
백자의 정수로 꼽는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가
앞닫이, 뒷닫이의 궤는 어느 민족보다 발달된 조선 가구 중의 하나이며, 육면체 모 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며 세속에 흔들리지 않고 보름달처럼 넉넉한 마
양에 하나의 단순공간을 갖추고 있고, 이는 늘 가까이 내 곁에 있는 것을 취하여 가 음으로 가식 없는 조선 도공들의 삶의 표현이자 생활철학이며 ‘절제미’가 녹아있
식 없이 제작되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 되었으며, 궤에 숨어있는 상 는 달항아리......
징들과 표현 되어진 장석 등, 곳곳에 묻어있는 조상의 지혜는 시각적으로 산만하
지 않고 아주 평범하면서도 보편적인 가구였지만 궤에는 우리민족의 정신과 혼이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달항아리와 궤에서 우리 민족의 정신과 흔적, 그리고
담겨있는 우리 일상의 강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궤는 접착, 방충, 방습, 방부 예술혼을 담아내면서 하루하루 작업에 몰입한다.
글 : 김혜현 (레드부츠갤러리 대표)
달항아리가 보인다. 든든하게 궤 위에 올라가 있
다. 작가의 반복된 일상을 전해 들으니 내 마음에
안심이 된다. 비슷하게 반복을 하더라도 매일 작
업을 하는 작가는 실패할 수 없다. 고민이 많아
두려워 머뭇거리거나, 며칠동안 몰아서 작업하
고 수개월을 쉬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굴곡 없이 수행하듯 매일 작업하는 작가들은 든
든한 궤를 가진 것처럼 자신의 예술작업을 그 위
에 올려놓는다.
자신의 반복된 일상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변화가 많지 않고, 그저 질리지도 않고 매
일을 살아나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외부의
비난을 듣기도 한다. ‘용기가 없구나’, ‘변화를 주
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 ‘더 멀리 보지 않는 것
은 아닌가’라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오만철 작가의 말처럼, 달항아리와 옻칠
한 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근면이 담긴 일
상의 강함을 나타낸다. 일상이 강한 사람들, 외
부의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지
닌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가의 길을 이미 걷고 있
는 것이다.
이번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오만철 작가의
초대전은 일상의 단단함을 전하는 옻칠회화 작
품과 도판위에 그려진 회화 작품을 함께 선보인
니다. 번거로운 작업들을 마다하지 않고, 전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준비한 작가를 응원
한니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작업하고 있
는 모든 작가들을 응원한다. 레드부츠 갤러리도
그 길을 함께 걸을 것이다.
반추(反芻)-달항아리(50-11) 목판에 옻칠과 혼합재료 116.8x91cm 2022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