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이한 초대전 2023. 3. 1 – 3. 14 갤러리쌈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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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과 빛의 세계를 창출한 융합적 창의성
-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을 발견 -
글 _ 박명인(미술평론가 · 한국미학연구소 대표)
미술의 흐름은 사실에서 추상으로 다양하게 변천해 오면서 근자에는 반미적(反美的) 예술을 외치며 미적 차원의
극복을 여러 방면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예술로부터 미나 미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의 의미
를 이해하고 예술과 타당하고 정당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이었다. 이러한 근대예술관(近代藝術觀)은
현대 예술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개척 정신(Frontier mind)과 혁신 정신(Innovation
mind)에 의해 여러 형태의 미술 형식을 창출해 냈다. 이것은 칸트가 ‘미적판단력비판’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직관
적 판단의 정당성이나 미적 체험의 초월론적인 주관적 구조를 이론적으로 확고히 하고 예술과 미적인 것과의 직접
적인 관계’라는 논리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 미를 보편적으로 타당하도록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만을 시도
하면 자주 그것은 불모(不毛)적인 결과가 된다. 오히려 미를 역사적 현상으로 또는 예술과 미는 밀접하다고 생각할
때, 예술작품을 미적으로 평가하는 자명한 진리의 하나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미적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을 창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이한의 《빛의 리듬(Rhythm of the
light)》이라는 주제에서 표출하고 있는 회화적 양식은 새로운 시도였고, 창조적이라고 말하게 된다. 분석해 보자면,
이한의 《빛의 리듬》이란 유열광에 의해 시각에 미치게 하는 작용 뿐 아니라 모든 감각에 관계된다. 미학에서 미술
과 음악을 협화와 하모니라는 점을 공통점으로 들어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빛과 음악에 대한 비유는 이한이 처음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빛에는 파장이 있어서 리듬이 있을 수 있지만 빛을 리듬과 연관 짓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한은 협화와 음악적 리듬에 있어서 하모니를 같은 맥락에서 관찰하고 이를 작품으로 완성하고 있다. 동기적으로
보면, 창문으로부터 들어오는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빛의 움직임에서 리듬을 발견하였고, 빛이 투과되는 형상성
을 투명 옻에 의해 표현함으로써 《빛의 리듬(Rhythm of the light)》이라는 주제에 정착하게 된다. 이 같은 리듬이
란 음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고, 하모니란 두 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맺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그러니까 이한은 창
문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에서 리듬(흐름)을 발견한 것이고, 이를 작품으로 완성할 때 옻의 검은 색과 투명색 그리고
다소의 색채를 동시에 맺어(협화) 하나의 회화적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다.
빛과 물질의 관계에 관한 지식은 1900년 프랑크(James Franck), 아인슈타인(1905) 등에 의해 연구가 거듭되었
다. 빛에도 파장이 있어서 개유(個有) 에너지는 빛의 파장이 작으면 작을수록 큰 것 같은 특별한 미립자, 즉 광자라
는 개념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같은 빛의 특성은 무열광과 유열광의 차이에 따라 감각 작용이 일어
난다. 무열광은 차갑게 느껴지는 빛이고, 유열광은 온도의 차이에 따라 감각의 변화를 일으킨다.
또한 어둠 속에는 빛이 존재하지만 빛의 세계에는 어둠이 존재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러니까 회화표현에 있어
서 무열광을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유열광에 의한 감성표현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열광에서 리듬
을 창견(創見)해낸 것이 이한의 회화이다.
또한 주색(主色)인 옻이라고 하면 지대한 특성이 있다. 옻나무의 수피에 상처를 내어 침출하는 액을 옻이라고 하는
데 채취한 직후의 옻은 회색,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상액이며 이를 생 옻이라고 한다. 생 옻에서 수분을 제거하여
착색제, 유성분 등을 첨가한 것을 정제 옻이라고 하고 흑색으로 칠하는 검은 옻, 투명 바니시양의 막을 부여하는 투
명 옻의 두 종류가 있다. 주성분은 우루시올이다. 이 옻의 두 성분, 즉 검은 옻과 투명 옻을 응용한 것이 이한의 회화
이다.
이미 삼국시대 백제 무령왕릉 고분에서도 왕과 왕비의 옻칠이 된 목관과 두침 등 다양한 옻칠 제품이 발견되었고,
보관성이 떨어진다는 목재가 땅속에서 천년을 견디어 현세에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탁월한 방부, 방습, 방수 효과
가 있고, 화학반응에도 탁월한 보존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염산보다 더 강한 왕수(王水)라는 액체에
대못(鐵)을 넣었더니 몇 분 만에 녹아 버렸는데 옻을 칠한 대못은 그대로 있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