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한 초대전 2023. 3. 1 – 3. 14 갤러리쌈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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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Rhythm of light  84x59.5cm
                                                                        Acrylic(옻칠)







           결과를 응용하여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작품이 옻에 의해 만들어져 왔는데 이한의 옻칠 작품에
           는 검은 옻과 투명 옻을 사용하여 입체감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투명 옻의 광선 흡수를 연구한 이한은 검은 후색(厚色) 옻으로 그린 이미지에 투명 옻으로 재차 작업하여 1차적인
           진한 이미지가 투과되어 나오는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고, 이것이 새로운 기법을 창출하기 위한 정신적 내면의 미
           적 질로서 회화로서의 생명감이 표출되는 결과가 된다. 현대에 와서는 고도로 발달한 캔버스의 질감으로 인해 젯
           소(gesso)조차 사용하고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덧칠 또는 밑칠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현대회화에서는 글레
           이징(Glazing) 기법으로 정교한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
           다소 방법적으로 다르지만 기존의 이미지 위에 다시 한번 이미지를 얹어 일차적인 이미지가 다음 작업에 의해 배
           어 나오는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는, 회화에서 온열을 느끼게 하는 유열광에 의한 물질적 표현, 즉 《빛의 리듬》이라
           고 말하는 이한의 사유와 같이 태양에서 산출되는 빛의 따뜻함과 옻에는 온열 성질이 있어서 옻을 위장(胃臟)을 보
           호하는 약제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했다. 이러한 이한의 정신세계는 여타 화가들이 하지 않는 혼자만의
           기법과 형상 미술을 창출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개성이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기법 창출이라는 점에서 독창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빛에 대한 인식은 개개인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례로, 어떤 어린이는 빛을 보고 거기에 끌려 빛을 잡으려고 손
           을 내민다. 그런가 하면, 뜨거운 태양열을 두려워하고 주의하게 된다. 또 다른 어린이는 빛에 대해 적대감을 갖기도
           하고 호의적인 면도 있다고 하는 것, 다시 말해 빛은 어둠을 쫓아내고 태양은 물질을 따뜻하게 하거나 또는 즐거운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유열광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 지식이
           혼에 축적된다. 드디어 강렬한 관심이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불꽃의 재미와 완전히 무관심한 태도가 평형하면서 빛
           의 세계는 다양하게 체험하도록 한다. 나무는 그늘을 주고, 말은 빠르게 뛰고, 자동차는 더욱 빠르게 달리는 것, 개
           는 짖어 대는 것, 달은 광대하고, 거울에 비친 사람의 모습은 실물이 아닌 것, 등을 알게 한다. 모두가 빛에 의해 인
           식되는 체험이다.

           이한은 빛의 세계에서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이 같은 여러 가지 현상을 리듬이라고 명명하고 캔버스 위에 옻을 빛
           에 의해 여러 형상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리듬의 다양한 형상에서 정신적 내면적 가치와 내면의 울림을 획득
           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색채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신적인 감수성이 둔할 경우에는 단지 표면적인 인상 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 자극이 없어지면 당장에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그 경우일지라도 지극히 단순한 효과에도 여
           러 가지 종류가 있다. 눈은 밝은 색채라면 어느 정도 점점 강하게 끌려간다. 그것이 밝고 따뜻한 색이라면 끌리는
           마음도 한층 더 강해진다. 예를 들면, 주홍색은 언제나 사람을 매혹시키는 불꽃과 같이 사람을 매료시킨다. 강렬한
           황색은 트럼펫이 귀에 크게 울리듯이 상당히 오랜 시간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눈에는 고통이 된다. 눈은 오래 응시
           하는 데서 불안을 느끼고 침잠과 안정을 청색 혹은 녹색에서 요구하게 된다. 색이 자아내는 향상과 발전에 따라 이
           러한 기본적인 작용으로부터 심오하고 강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이 파생된다. 이것이 바로 빛의 힘이다. 이러
           한 빛의 힘으로부터 리듬을 창견하고, 민족적 생활환경으로부터 친근감으로 영속적이고 견고성이 있는 장구한 생
           명력을 옻으로부터 착안하여 색채와 빛의 관계에서 옻의 기본적인 작용만으로도 심오하고 강한 감동을 불러일으
           키는 작용이 파생한다. 이러한 색과 빛에서 심리작용이 감동을 불러일으켜 검은 옻과 투명 옻이 빛에 의해 심리적
           능력이 최초의 기본적·물리적으로 혼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된다. 오랜 각고 끝에 완성한 《빛의 리듬》은 바로 검은
           옻과 투명 옻의 하모니에 의한 회화적 결과로서 귀추(歸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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