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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가로 향하는 이들에게

                     증오의 분열을 이기는 경건의 능력으로





            한 때 낙동강 일대에서 거대 괴물 쥐 뉴트리아 때문에 골치를 앓던 시절이 있었습
          니다. 뉴트리아는 식용과 모피를 위해 수입되었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생태
          계를 파괴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생태교란동물로 지정됐습니다. 뉴트리아를 퇴치
          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했지만 개체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급증하여 사회문제로까
          지 비화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면역의학연구소의 한 책임연구원이 뉴트리아 제거법을 지
          역신문에 기고하면서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기고문은 덫으로 생포한 뉴트리아를 항
          문을 봉합한 후 풀어주면 배변이 불가능하게 돼 정신적 공황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굴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린 새끼들을 없애 멸종을 유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
          다. 기고자는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으로 재직할 때 한 동물사의 쥐들을 단 5마
          리 정도의 항문 봉합한 쥐를 이용해 100% 소탕한 적이 있다"며 "한반도의 건강한 습
          지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제안
          에 동물단체들은 학대행위라고 반대에 나섰고 느닷없는 카니발리즘 논쟁을 낳았습
          니다.
            동족살인을 뜻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은 의외로 인류사 여러 곳에서 포착
          됩니다. 주로 민족의 주술적, 종교적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자행되었고, 극단적은 상황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행해지기도 했습니다. 서구 기독교 가치가 보편화되고, 생명
          에 대한 의식이 고취되면서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북극 지방의 에스키모는 현재도 굶주림 때문에 인체를 식육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고 합니다.
            거론하기조차 거북스러운 용어인 카니발리즘까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오늘날 대
          한민국의 현실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권을 필두로 완전히 나누어져서 극
          단적인 증오와 갈등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자의적인 판단력을 잃어
          버리고, 선동된 분노와 투쟁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
          에서 카니발리즘의 독기를 내뿜는 광란의 인간 뉴트리아가 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
          도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먼저 “임금들과 높은 지위
          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더 많이 기도하지 못한 것을 회개합니다. 자칫 “우리
          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잃어버릴지 주님께 도움을 구
          합니다(딤 2:2).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주님처
          럼 우리 스스로를 지켜 가도록 기도합니다(요 18:36). 세상의 권력은 인정하면서도
          경건의 능력을 부인하는 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딤후 3:2-4). 정욕적이고 귀
          신의 것인 이 땅의 지혜를 따르지 않고 위로부터의 지혜를 따르기를 기도합니다(약
          3:15-18).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 위에 서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야 악한 세태를 본받
          지 않고 저항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지킬 수도, 바꿀 수도 있
          습니다. 우리는 이 땅의 정치적, 이념적 가치에 선동당하지 않아야할 빛과 소금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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