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2022년 03월 최재석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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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position in color A(one or two axis), 50x50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org. mondrian, composition in Color A, 50x50cm, oil painting on canvas, 1917)
모든 것이 스스로 반복할뿐인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다.
- 앤디 워홀 -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인식과 방향 그림의 작업 과정
내 그림이 과연 의미는 있는 것인가? 내 그림이 다른 화가들한테는 어떻게 비 사람마다 자기 취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복잡하고 세세한 구상화는 별로 좋
춰질까? 이렇게 그려도 되는 것인가? 등, 내가 실험한 색면 그림에 의문을 많 아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이 없다. 하지만 화가의 세밀화에 놀랄 따름이
이 가져왔다. 이런 내 생각을 극복하고자 휴일이면 거의 매주 갤러리를 방문 다. 얼마 전 달리의 전시회에 갔다가 달리가 작성한 대가의 그림 평가를 보고
하여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러 다녔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하다가 책 놀랐다. 벨라스케스나 베르메르는 만점을 준 것이 비해, 몬드리안 그림은 기
을 읽으면서 그림을 그려도 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바로 독서에서 찾 법, 구성, 독창성, 신비로움 등의 8개 항목에서 대부분 빵점(0점)을 줬다. 몬드
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까 하나같이 대가들은 앞서간 대가들의 그림을 리안 그림이 너무 앞서간 것일까 아니면 너무 가벼워 보인 걸까. 이런 달리의
탐색하고 조금씩 변형시켜 자기 것으로 만든 것에 놀랐다. 피카소도 ‘좋은 예 부정적 평가에 개의치 않고 몬드리안과 두스부르흐의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
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든가 볼테르는 ‘독창성은 현명한 두스부르흐는 데스틸을 주도하면서 잡지를 창간하고, 예술가들을 끌어들여
모방뿐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좋아하는 문구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 이론과 작품을 발표하고, 공유하기를 원했다. 몬드리안과 두스부르흐의 대표
다. ‘이미 있었던 일이 다시 있고, 이미 행한 일이 다시 행할지니. 하늘아래 새 작품을 따라 그리고, 이를 다양하게 변형시켜 색면 실험을 하였다. 공통적으
로운 것은 없도다.’(전도서 9:1)라든가 ‘모든 것은 스스로 반복한다. 모든 것이 로 색선과 색면이 독립된 조형요소로 존재하면서, 이들 요소가 서로 접하고,
스스로 반복할 뿐인데, 사람들이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놀랍다.’(앤 밀어내고, 이으면서 색면과 색면, 색면과 색선, 그리고 색선과 색선이 조화로
디 워홀)라는 성경 구절이나 대가의 언어에서,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운 관계가 유지되도록 공간을 비우고, 채우면서 혼재된 새로운 형태로 발전
지 새삼 깨닫게 한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에 뉴욕을 처음 방문했다. 오직 시켰다. 이런 작업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림만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미술관이며 갤러리를 하루에 수 십군데씩 방문 아이슈타인이 ‘서로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을 조합하는 것이 인간의
했다. 소호나 첼시에 있는 갤러리를 둘러보다가 갤러리 쇼윈도우에 비친 책 표 최고 능력이다.’라는 얘기에 힘을 냈다. 이런 변형된 실험을 하면서 몬드리안
지 그림을 보고 놀랐다. 그동안 괴테 색채론을 읽고 실험한 작업들과 거의 똑 의 직각체계와 두스부르흐의 사선구조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를 구상하고, 조
같은 이미지가 이 책 안에 있었다. 1900년대 전반기에 활동한 미국 작가 폴 필 합하면서 흰색 사선을 생각해 냈다. 흰색 자체도 그림에서 물리적인 색채이
리(P. Feeley)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고 할 정도로 유사했다. ‘하늘아래 새로운 지만 내 그림에서의 흰색 사선은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비물질적 색선으
것은 없군아(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라는 성경 구절처럼 우 로 공간을 가로지르고, 공간을 이으면서 구성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자로 작
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 것을 찾기 전에 용한다. 이것을 ‘동시성 구성’이라 했다. 여기서 `동시성`이라는 말은 두스부
대가의 그림을 탐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다. (이번 첫 전 르흐가 몬드리안의 직각체계 이념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벗어나고자한 이념
시에서 괴테 색채론을 실험한 작품들은 뺐다. 다음 기회에 전시할 예정이다.) (counter)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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