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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여름휴가를 위해 해외 여행지 온라인 검색을 해본 이후로 인터넷
을 접속할 때마다 호텔이나 렌터카, 항공편 등과 같이 여행과 관련된 상품의 광
고들이 내 주위를 촘촘히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연한 일
치겠지”하며 외면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이러한 광고들을 전문 용어로 '리타
겟팅(Re-Targeting) 광고'라고 한다.
"개인들이 방문한 웹사이트 정보를 토대로 관련성이 높은 상품이나 브랜드의
광고를 선별해 노출시키는 광고 방식"을 의미한다(네이버 시사상식 사전). 다시
말해, 우리가 접속했던 웹사이트의 접속 기록이나 관심 분야, 구매 내역 등의 데
이터를 활용해 다른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관심 분야에 적합한 광고를 보여줌
으로써 구매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술래가 온라인 세상 속에 숨겨져 있던 우리의 정보를 관찰 분석하고, 우리의
특성을 찾아내어, 우리의 니즈(needs)에 맞춤화된 광고로 우리를 정밀 타격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의 위력에 우리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온라인 세상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즐겁지 않다. 찜찜한 수준을 넘어 불쾌하고 무섭기까
지 하다. 도대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숨바꼭질 놀
이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어릴 적 우리가 즐겼던 숨바꼭질 놀이를 회상해 보자. 술래를 맡았던 형이나
누나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숨어 있던 우리를 너무 쉽게 찾아내면, 맥없어 지고
놀이의 흥미도 급격하게 떨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찬가지로 술래를 맡았던
동생이 우리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 밀폐된 장소나 좁은 공간에
숨어 있던 우리들은 불편한 자세 때문에 오래 숨어 있기도 힘들고, 이로 인해 쉽
게 지쳐갔던 모습이 떠오른다.
숨바꼭질 놀이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술래와 숨어 있던 아이들 사이의 팽팽한
균형적 관계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숨바꼭질 놀이의 재미는 잡힐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함에서 시작 되었던 것이다. 광고와 소비자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효
142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