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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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나는 깡패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 분을 매일
만났다. 이 분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해서 계시는 곳이 교무실이나 교실이 아
니다. 바로 학교 정문이다. 그것도 꼭 등교시간에...
올 하나 흐트러짐 없이 포마드를 발라서 뒤로 빗어 넘긴 머리, 인정미 없는 각
진 얼굴, 검은 선글라스, 검은 트랜짓 코트, 무엇보다도 하이라이트는 검은 가죽
장갑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풍겨오는 카리스마에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나는 마지막 교복세대이다.
교복이라고 지금같이 좋은 옷감, 디자인, 색깔은 물론 아니다. 일제가 물려준
잔재(殘在)에 추억이 묻어, 내놓고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세대에서 입던
교복이다.
복장지도를 한다는 명목 하에는 꼬투리 잡기 좋은 품목이었다. 자매품으로는
두발 검사도 있었다. 깡패 선생님은 사랑하는 제자이자 후배들을 지도하시는데,
너무도 제자들을 사랑하시어 도구는 전혀 사용치 않으시고 친히 손으로 직접 어
루만져 주셨다. 물론 검은 가죽장갑 낀 손으로...
우리는 선생님이 몸으로 친히주신 사랑에 대한 답으로, 처절하고도 강열한 몸
부림으로 그 고통을 표현하곤 했다. 그런 행위 후 깡패 선생님은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너희들은 다 잘할 수 있어! 모든지 하면 돼! 다음부터 잘들해! 알았지!"
2007년도로 기억된다.
내 나이 사십이 좀 넘어서...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서 내 모교와 광주일고가 대통령
배 고교야구대회에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세 시간 반이 넘는 혈투를 치르고 스코어 10대 9로 석패(惜敗)를 하여, 나의
모교가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운 경기였다. 나는 대충 업무를 끝내고 동대문으
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 나 오늘 야구 구경 가는데 애들하고 같이 올래! "
113 _ 4060 우리들의 3色5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