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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야구장이 곧 없어진다고 하여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3~4회쯤 되면, 응원석 위로 빵이나 우유, 주스팩들이 날아다닌다. 동문들이

           기부한 간식을 스탠드 앞에 있는 비교적 젊은 동문들이 응원석 구석구석으로 던
           지면,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받아먹으면 된다. 경기가 고조되는 7~8회쯤 되면,
           간식 메뉴가 바뀐다. 소주팩과 오징어나 쥐포로... 특히, 뒤지고 있거나 엎치락뒤
           치락 할 때면 더 그렇다.
             "아빠!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오징어 구워서 던지래!"

             같이 경기를 관람하던 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얘기한다. 재미있는 추억이라도
           건졌으니 나는 야구장에 애들을 몰고 온 본전은 챙겼다.
             "그냥 집에 가기 그런데... 우리 장충동 족발 먹고 가자!"

             늦은 시각이어서 영업을 종료한 집들이 꽤 있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한 무
           리의 시커먼 패 거리가 이층 자리를 차지한 집이었지만, 나도 모교의 아쉬운 패
           배로 마음이 허한 터라 한 구석에 앉아서 아내와 그리고 두 아이들과 함께 족발
           을 먹고 있었다.



             식당 안이 시끌벅적하고 그 패거리들이 하도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마음이 부
           글거려, 조용히 좀 하시라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위 쪽수에서 밀리고, 광
           주일고 출신들이라는 생각에 찍소리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더구나, 얼굴을

           맞대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집사람의 눈이 무서워 아무 말 없이 죄 없는 족발만
           질겅거리고 있었는데...


             "야! 잘했어! 자! 건배!"
             '이 자식들이 이겼다고 축배를 들어? 이 놈들이 이 가게 전세를 냈나? '

             아직은 피 끓는 사십 대에, 지금이라면 불가능하지만 아직 마누라가 고양이에
           서 호랑이로 바뀌기 전이여서 집사람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히 일어나면서 돌
           아섰다. 그 순간....

             "다음에 잘하면 돼! 내년에는 우승할 수 있어! 실망하지 마!" 후속 멘트가 들
           리는 것이 아닌가?
             '어! 광주가 아니고 서울이네...'


           114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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