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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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청소에서 기억나는 것은 학생부실에는 항상 십 여 명의 학생들이 기
           합이나 벌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삼천 명이 안 되었고 2학년들이 수학여행을 갔으니 학교에는 2천명
           정도의 학생밖에 없었는데 매일 십 여명의 학생이 잡혀온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범죄율이다. 서울인구가 천 만 명이니 매일 오 만 명 정도가 경찰서에 잡혀오는
           꼴이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많이 교칙을 위반했던지, 아니면 선생님들의 검거율이 아
           주 뛰어났던지 둘 중에 하나일거다. 그래서 학생부 선생님들은 교사보다는 강력
           계 형사를 해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검거왕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었다

           면 대한민국의 모든 범죄자들은 이미 씨가 말랐을텐데, 선생님들의 직업 선택에
           아쉬움을 갖는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도 위반하기 쉬운 교칙을 엄청나
           게 만들어서 우리를 옥죄는 경찰국가였던 것 같기도 하다.


             퇴학, 무기정학, 유기정학, 근신, 반성문 제출, 학부모 소환 등등 교칙을 위반

           한 정도에 따라 내려진 벌들을 무슨 사형선고나 무기징역처럼 무서워했었다. 요
           즘 학생들은 저런 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우리가 소심했던 건지 아
           님 요즘 아이들의 준법정신이 흐려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 때 왜 그렇게 살았을까?
             우리 세대하고 요즘 세대하고 차이점은 뭘까? 가끔 생각하지만 답은 안 나온
           다. 선생님과 교칙을 두려워하는 게 맞는 건지 학생인권을 중시하는 게 맞는 건
           지 과연 답이 있을까?
















           3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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