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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지 못하니 선택에 신중하라고 하셨다.
             이유는 선후배간의 규율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우리 반에서 강 모
           군은 연극반을 윤 모 군이 밴드반을 선택한 거로 기억한다. 그리고 강 모 군은 졸

           업까지 연극반 활동을 하였고, 윤 모 군은 밴드부 활동을 얼마 하지 못하고 탈퇴
           하였다. 물론 그만한 대가는 치렀지만 말이다.


             난 역사반을 선택하였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특활반 시간동안 학교 밖을 나가
           경복궁, 덕수궁 등을 돌아볼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한번 등교하면 하교 때

           까지 교문 밖을 나가지 못하는 삭막한 생활에서 수업 중 학교를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매력 포인트였다.
             다들 자기만의 특활부 활동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으리라 생각하며 특활반 얘
           기는 여기까지 하고 교련으로 넘어간다.



             입학 하자마자 우리는 교련검열을 대비한 준비를 하게 되었다. 3월의 광화문
           은 꽤 추웠고 바람 또한 매서웠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교련복은 그 차가운 바
           람을 막아주지 못했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인 우리들의 뜨거운 피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매일 방과 후 진행되는 사열과 분열 훈련은 처음 교련을 배우는 신입생
           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긴장도도 높았다.
             교련선생님은 1학기 검열에서 탈락하면 2학기에 다시 검열을 받게 되고 그렇
           게 되면 수험생인 3학년 선배들에게 타격이 심하니 제대로 하라고 윽박지르셨다.

             생각해 봐라. 수험생이 한창 대입준비에 매달려야 하는데 운동장에서 총 들고
           제식훈련을 받는다고 하면 어떨까? 요즘 같으면 학부모들이 단체로 학교와 교육
           청에 항의할 일이고 인터넷에서 학생인권이 어쩌고 할 일이지만 그 때는 그랬다.
             어찌되었건 매일 한 시간 가까이 훈련하면서 선배들이 했던 말은 "우리 학교

           는 실전에 강하다"였다.
             그 말 덕분인지 아니면 선생님들의 역량인지 검열은 우수한 성적으로 끝냈다.



             교련 검열은 힘든 기억이었지만, 교련 시간은 일단 운동장이 맘에 들었다. 기
           상청 방향의 제3운동장은 운동장이라기보다는 경치 좋은 계곡 같은 느낌이었다.
           아름드리나무도 많았고 여기가 서울 도심의 한복판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


           34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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