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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응원의 함성과 힘찬 박수를 받으며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꼰데스를
           외치던 우리 응원단의 목이 채 쉬기도 전에, 우리는 2시간여 만에 운동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학교 야구부는 1회부터 무지막지하게 얻어맞으면서 점수를

           내주더니 5회까지 10-0이 되면서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지고 말았던 것이다. 우
           리학교 야구부의 실력에 대한 실망감에 다시는 야구장을 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고, 실제 재학 중에 나는 다시는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내가 대학교 2학년에 재학하고 있던 1984년 봄, 그해의 첫 번째

           전국대회였던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가 열렸다. 그해 우리학교 야구부는 주축
           이 2학년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강남중학교 출신들이 몇 년째 호흡을 맞추
           고 있어서 팀윅이 좋고 투수진과 공격력이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있어서 연초부

           터 동문들 사이에서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었다.


             나는 모처럼 야구같은 야구를 하는 후배들을 응원하느라 예선전부터 수업을
           전폐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동대문야구장으로 개근을 하고 있었다. 우리학교는
           몇 번의 고비를 잘 넘기며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하였는데 상대는 전통의

           강호 경남고였다.


             대망의 결승전이 시작되었고 동대문운동장은 양교 응원단의 함성소리에 경

           기장이 떠내려갈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그토록 잘하던 후배들이 큰 경기라
           서 긴장감에 몸이 굳었던 것인지, 아니면 상대투수의 구위에 눌렸던 것인지 우리
           학교는 8회 말이 끝날 때까지 내야안타 1개를 비롯하여 산발 4안타의 빈공을 기
           록하면서 3-1로 경남고에 끌려가고 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서 응원
           단의 분위기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런데, 마지막 공격에 나선 선두타자 김동수가 중전안타를 치더니 8번 임형
           석이 다시 2루수 옆으로 빠지는 중전안타를 친 것이었다. 노아웃에 주자 1,2루.

           경기의 흐름이 순식간에 우리학교 쪽으로 돌아서면서 1루석에 자리를 잡고 있
           던 우리학교 응원단의 분위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9번 타자 투수 박형
           렬이 보내기 번트를 댔는데, 경남고 3루수가 1루 에 악송구를 범하여 노아웃 무


           20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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