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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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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지배(Incidental Dominion in Life) - 소네트
이종태/아트 칼럼니스트
화산Hwasaan 강구원Kang Goowon에 대한 글을 오랜만에 쓰니 감개무량하다, 그를 알게
된 지도 올해로 25년이 넘는다.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그와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우리의 우정이 지속되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된다. 그의 모습을 보면 맑고 진솔한
수도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화산Hwasaan을 나에게 소개해 준 사람은 1995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교환 교수로 온 이
석우 교수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필자와는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그는 사학자, 화가,
미술 비평가로 수많은 저서와 함께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화산에 대한 이석우 비평가의 글을 보니 마음이 울컥해진다. 밤에 내리는 장마 비는 때론 온
세상을 습기 찬 정적으로 끌고 간다. 진중한 표정의 강화산 얼굴을 떠올리는 것도 이 같은 분
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 같다. 내일을 예술이란 화폭에 모두 걸고 살아가는 화가들에겐 희열
과 좌절의 진폭도 그만큼 크리라. 이석우 비평가는 화산이 그린 그림에 대하여 “자기가 원하
는 진실에 도달하려고 진지하게 모색하고 시도하는 것”으로 방점을 찍는다,
화산은 내가 만난 화가 중에 매우 지적이고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말수가
적고 조용하고 부드러워 조선 선비와 같다. 언어와 행동에 무게가 있고 신중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초기 80년대는 구상작품으로 민중미술과 궤를 같이 하다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우
연의 지배”라는 주제를 탐구하면서 추상으로 변화되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듯이 일정한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사유의 본질을 깊게 관찰하고 묵상하며 선적인 붓 터치를 한다. 그의
그림은 간결한 시처럼 여백이 있고 운율이 있다,
89년 첫 개인전 주제는 레퀴엠이었다, 레퀴엠은 죽은 이의 영혼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곡인데
우리의 씻김굿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스스로 용기가 부족하고 사회를 변혁 시키고자 하는 것
으로서 참여미술엔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일종
의 제의식과 같은 마음으로 첫 전시를 함으로서 형상적인 작품을 마감하였다.
필자는 2016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해 언어의 마술사 셰익스피어의 시집
소네트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아! 이 아름다운 언어를 누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불현듯 화산이 생각이 났다. 난 지체 없이 화산과 소네트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고 작
품 전시를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