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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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연희요소들을 사용하여 흥과 신명을 불러일으키고, 관객을 공연에 개입
           시키는 등 마당극의 형식을 잘 갖춘 공연이었다. “인형나들이”는 인형을 가
           지고 시도하는 무용이었다. 특정공간연극을 시도한 “삶의 순환”은 온온사
           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용한 특정공간연극으로, 순환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극적 구조가 단조로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해외공식참가작으로는 5개국 6개 작품이 초청받았다. 씨르콜란도(Circol-
           ando, 포르투갈)의 “천국의 정원”(Giroflé)은 관악산 자락의 시청임시주차
           장에 1500 석을 마련하고 유료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템포가 느리고, 음
           악 등 소리가 아주 나지막하며, 초라한 농부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봤을 때
           당시 공연예술계의 흐름과 정반대되는 공연이었다. 일과가 끝난 어두운 밤
           젊은 농부들이 일터인 농장으로 돌아와 한판 놀이를 벌인다. 수레와 오렌
           지 열매, 양동이, 농장의 구조물 등 그들의 일상을 차지하는 사물들이 놀이
           의 도구가 되고, 일상의 고된 노동이 아름다운 서커스와 춤으로 변형된다.
           놀이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그들은 숨겨놓았던 거대한 인형을 꺼내 오랫동
           안 잃어버린 어릴 적 꿈과 그리움을 놀이한다. 진정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으로서 이들은 단순하고 서정적이며 또 부조리하기도 한 음악을 배
           경으로 섬세하고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고된 일상과 잃어버린 꿈 그리고 삶
           의 의지를 시적 놀이로 풀어내어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가장 파격적이면
           서 논란이 많은 작품은 일로토피(Ilotopie, 프랑스)의 “색깔있는 사람들”(Les
           Gens de Couleur)이었다. 배우들이 최소한의 의상만 걸치고, 심지어 여배
           우들은 가슴까지 노출한 채 온몸을 빨강, 파랑, 초록 등 강한 원색으로 물
           들이고 거리를 배회하였다. 전신페인팅과 신체노출로 인해 많은 관객들에
           게 커다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 일상적인 활
           동 속에서 고체로 굳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현대인의 고독과 사물화를 충격
                         2)
           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레안드르와 비트밴드(Leandre & Beat Band, 스페
           인)의 “데스반다다”(DesbanDada)와 “퍼니 본즈”(Funny Bonds, 일본+영





           2)   이 공연에는 다음 해 함께 작업을 하게 되는 극단 호모루덴스의 배우들도 참
             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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