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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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3. “요한네스버그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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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인물들이 노인이라 아주 느리게 움직일 수밖
에 없었기 때문에 공연이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었다. 온앤오프무용단은 춤
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거대한 설치미술과 영상을 결합시켜 “마르셀
의 江”을 공연하였다. 종이와 철로 3일간에 걸쳐 바벨탑을 완성해나가는 동
안 춤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는 빠르고 쉼 없이 진행되는 사회적 진화 속
에 고향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 마르셀의 모험을 펼쳐보였다. 2004년 관악
산 계곡의 성공(“연”)을 잊지 못한 축제사무국은 열혈예술청년단의 “오이
디푸스-산”을 가지고 다시 특정공간연극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공연은
숲과 바위 그리고 물이 어우러진 관악산 계곡의 공간적 특성을 충분히 살
려내지 못했으며, 오이디푸스의 출생에서부터 추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을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보였을 뿐, 독자적인 해석이나 사회적 이슈를 끌
어내는 데에는 미흡하였다.
2007년에는 과천시 역사 이래 처음으로 청사사거리에서 도서관 삼거리까지
중앙로 6차선 1킬로미터에 차량을 전면 통제하였다. 중앙로는 중심을 관통
하고 있어 과천시가 늘 둘로 나눠지는 느낌을 주었었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해방된 거리를 오포지토(Oposito, 프랑스)의 “요한네스버그의 골목길...과천
의 신기루”(Les Trottoirs de Jo’burg...mirage à Gwacheon)의 광대들이 점
령하였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축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화려한 의
상과 분장을 한 배우들이 3미터 크기로 제작된 아프리카 인형 ‘은데벨레’를
앞세우고 도발적인 춤과 움직임 그리고 아프리카 강렬한 음악으로 무장하
여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중앙로를 행진했다. 이 행진 속에서 이성과 합리주
의에 기반을 둔 문명세계가 거칠게 도전받았고, 우리에게 아주 낯선, 비이성
적인 초현실세계가 거대한 쇼를 펼쳤다. 현실의 공간에 환상이 펼쳐지던 한
시간여 공연 후 관객들은 악몽을 꾼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아주 깊은 내면
에서, 심지어 무의식 상태에서 원시 파라다이스에 다녀온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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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공연을 위해 40피트 콘테이너 2 대가 운송되었고, 배우와 스탭 35 명이 프
랑스에서 날아왔다. 이 모든 경비와 공연료는 축제사무국이 부담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프랑스문화원이 경비의 절반 가까이 지원함으로써 공연이 이루
어질 수 있었다. 이 공연에는 한국의 젊은 배우들이 합류하여 단순한 역할을
맡았고, 이를 통해 거리극을 조금이나마 익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