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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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 페인팅퍼포먼스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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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많이 초청되었다. 그 이유는 마당극 혹은 거리극의 형식에만 맞을 경우
 가급적 초청해서 공연할 기회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처음으로
 모든 공연을 야외에서 치렀다지만 3편이 원래 실내공연인 것에 비해 이 해
 에는 모든 작품이 처음부터 야외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었다.

 이 해 프로그램은 양적 팽창이 질적 저하를 가져올 위험성이 많다는 사실
 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다른 해에 비해 많은 작품이 참가한
 (6편) 마당극에서 잘 나타났다. 물론 이 마당극들은 축제참가를 거부한 한국
 민족극협의회 소속 단체들의 작품이 아니어서 정치색이 전혀 담겨있지 않
 았다. 그 대신 이들 마당극들은 해학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는데, 비판적 사
 고가 없이 단순한 웃음을 주는 데 그치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단순한 교훈적
 내용을 풀어내는 데 그쳤다. 마당극은 축제사무국이 고수한 프로그램 원칙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양식이었다. 그러나 공연자들은 과거
 의 공연양식을 답습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새롭고 다양한 형식의 시도가 가
 능하다는 사실을 도외시하였다. 이에 비해 거리극에서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페인팅퍼포먼스 “자화상”은 움직임
 에 영상과 생음악을 결합하여 월드컵 축구, 군사훈련, 민주화운동 등 오늘
 2)
 날 우리의 자화상을 구성하는 사회적 과거여행을 희화적으로 보여주었다.
 4관객프로덕션 역시 “광기의 역사”에서 우리의 과거 근·현대사를 다루었
 다. 이 공연은 한국전쟁에서 출발하지만 그 후 경제라는 이름의 다른 전쟁
 으로 이어지면서 이 모든 것의 배경으로 광기를 지목하였다. 시민회관 옥상
 의 거대한 냉각기가 산업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이용되었다. 호모루덴스
 컴퍼니의 “오늘같은 날”은 노인들을 다룬 작품으로, 치매 등 노인들이 당면
 하고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세계
 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삶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다소 이상
 적이고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노인이 아닌 세대의 비인간성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가면을 쓰는 바람에 표정을




 2)   이  작품은  2009년  프랑스의  두  거리예술축제에서  공연하였는데,  “샬롱의
 거리에서”에서는  자유참가작이었고,  모를레(Morlaix)의  거리예술축제(Festi-
 val des Arts de la Rue)에서는 공식참가작이었다. http://www.artsdanslarue.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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