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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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지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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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기억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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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놀랄 정도로 수많은 시민들이 이 공연을 따라갔지만 차량이 통제 3. “카포코미코의 택시” 다. 사실 아프리카라고 하는 거대한 대륙의 다양한 문화를 한 틀에 담는 것
된 중앙로에서 뛰고 눕고 사진을 찍으면서 해방감을 즐긴 시민들도 많았다. 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소 수박 겉핥기식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
라 구아디아 플라멩코(La Guardia Flamenca, 벨기에)의 거리의 플라멩코 히 아프리카문화원이 협조하여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아프리카의 분위기
(Anda la Banda) 역시 비록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거리를 점령하고 요란 를 잠시 마련하였다 4)
한 춤판을 벌였다. 이 속에서 10명의 여성무용수들은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삶의 즐거움과 열정, 아이러니, 여성성을 도발적으로 보여주었다. 초록 코끼
리(L’éléphant Vert, 프랑스)의 “기억연구자”(Chercheur de memoires)도
거리를 돌아다녔다. 호기심 많은 이방인이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많은 기
억의 소리들을 수집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실제로는 기억의 소리도 없고,
관객에게 들려주는 소리도 마술처럼 조작된 것이다. 그러나 기억연구자는
우리가 살고 있으면서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주변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나아가 그것을 가지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아름다운
몸짓(Cie Beau Geste, 프랑스)의 “특별한 동행”(Transports Exception-
nels)은 무용수와 굴삭기의 듀엣이었다. 연약한 인간은 쇳덩어리에 몸을 내
맡기고, 굴삭기는 거대한 손으로 그를 들어올리고, 운반하고, 내려놓고 보
호하면서 한 편의 사랑장면이 연출된다. 마리아 칼라스의 격정적인 오페라
아리아가 이 둘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를 서정적으로 장식했다. 데이빗 카셀
(David Cassel, 호주)의 “공간지휘관”(Space Commander)과 마르코 카롤
레이 (Marco Carolei, 이태리)의 “카포코미코의 택시”(Capocomico’s Taxi
show)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공연에 끌어들이면서 비일상적인 희극적 상황
들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공연이었다.
자유참가작은 젊은 공연예술인들에게 마당극 혹은 거리극이라는 형식에 맞
을 경우 적극적으로 개방하였고, 이에 따라 예년보다 많은 9편이 참가하였
다. 경연방식은 예술을 잣대에 따라 평가한다는 우려가 있어 폐지하였다.
마당극은 한편도 없었고 거리극과 거리무용만 있었다. 전통연희양식에 대
한 젊은 예술가들의 무관심의 결과였다. 작품들은 일부 새로운 시도를 보
여주었지만 대체로 주제들이 너무 무겁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도 직접적이
어서 관람하기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일부는 공공공간에서 하기에는 적절
치 못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4) 해외문화한마당은 이 해를 끝으로 축제에서 폐기된다. 이 프로그램이 색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 동안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거
이 해 해외문화한마당은 아프리카문화를 조명하였다. 이를 위해 아프리 리극축제라고 하는 과천축제의 정체성에는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축
제의 주제 또한 다음 해엔 사라진다. 주제를 설정하면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
카 민속공연과 야외조각전, 영상 및 사진전, 아프리카 카페 등을 마련하였
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