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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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제12회 과천한마당축제                                                                  1 - 3. “사랑으로 돌아오다”
                                                                                   1      2









           개막공연은 무차별적인 시민이 아닌 섭외된 시민, 다시 말해 과천민속예술
           단과 과천문화예술센터 청소년 마당극단의 단원들이 한뫼국악예술단 외 전
           문공연예술인과 함께 만들었다. 전래소재를 전통연희양식으로 풀어낸다는
           개막공연의 원칙에 따라 ‘관악산 왕후묘’를 바탕으로 한 “사랑으로 돌아오
           다”(연출: 남동훈, 안무: 오은명)가 제작되었다. 그렇지만 축제사무국이 소
           재를 지목하는 일종의 주문생산방식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공연예술인
           에게 창작의욕을 크게 기대할 수 없었고, 참가자들이 대규모 집단퍼포먼스
           라는 형식에 숙달되어 있지 않아 다소 미흡한 면을 드러냈다. 다만 과천을
           소재한 작품을 개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내 고장 과천에 대한 인식과 애향
           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고, 또 전통연희방식의 현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오늘
           날 우리나라 공연예술계가 고민하고 있는 전통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국내공식참가작은 14편이었는데, 9편이 거리극, 무용이 4편인데 비해, 지난
           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마당극은 1편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해 축제의 가
           장 큰 성과는 바로 국내공연들이 보여준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개선의 기회
           를 주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이 해에 다시 초청한 비주얼씨어터 컴퍼니 꽃
           의 “자화상”과 호모루덴스 컴퍼니의 “오늘같은 날”도 지난해보다 더욱 완성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유참가작에도 거의 태작이 없었으며, 몇몇 작품은
           공식참가작 수준을 보여주었다. 거리예술이 예술을 가지고 거리에 소란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면은 호모루덴스 컴퍼니의 “로빈슨크루섬”에서 잘 나타
           났다. 대낮 차량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중앙로 소방서삼거리에 허름한 차림
           의 남자가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고는 예쁜 오두막집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처럼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후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했다. 그런데 벽에 걸쳐놓았던 속옷이 그만 오두막집 밖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 옷을 찾으러 수건으로 아랫도리 앞부분만 가리고 거리로 나오자
           주변에 있던 많은 시민들이 경악을 했다. 마침내 그가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거리에 아름다운 음악을 흘려보내는데 어디선가 지게차가 다가와 오두막집
           을 들쳐 메고 떠나버린다. 궁극적으로 사막화된 도시에 꿈과 낭만을 불어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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