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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수요를 거둬들였다.
 KABFF 칼럼  대한민국 외교관 파이팅!  채권시장의 작은 부분인 어음시장에서
 [주말경제산책]
             하나의 약속 불이행이 빠르게 주변 금
             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기로 퍼져나갔
             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국가들과
             달리 지방정부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해 보자. 떠들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한 사람
             하면 중앙정부가 결국 해결해주는 끈끈
 이 있다. 조용했던 사람이 나에게 말을 해오면 나는 경청하게 된다. 중요
             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지방정
 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부가 보증하는 채권의 신용도는 중앙
 금융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두 상품이 있다. 주식은 매일 신문과 방송에
             정부가 발행한 채권과 같은 최고 수준
 보도되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도 얘기하지만 채권은 방송에도 친구와의
             의 신용도를 가지는데 그 믿음이 깨지
 대화에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참고로 주식과 채권의 떠들썩함을 숫
             다니! 깨진 믿음의 힘은 강하여 모든 종
 자로 비교할 수 있는데 2020년에서 2022년까지 채권수익률의 분산은
             류의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말라버리면
 1.1%이지만 코스피 수익률의 분산은 42.9%다. 주식은 채권에 비해 40
             서 한국전력과 같은 최고 등급 공기업
 배 이상 떠들썩하게 왔다 갔다 하며 우리의 관심을 계속 끌고 있는 것이
             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들도 채권 발행
 다.
 김세환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을 미루고 이자를 훨씬 더 줘야 하는 사
 채권은 금융시장에서 조용하다. 그런데 조용하던 채권이 격하게 우리에
             태가 발생했다.
 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채권이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것은 무언가 금융시장에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것을 의미한
             이렇게 채권시장이 작동을 멈추자 연말
 다. 사실 채권은 금융시장의 진정한 강자다.
             에 회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하지
 2022년 10월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810조원 정도다. 반면 채권 발행총액은
             못하는 기업들은 10월과 11월에 은행
 약 2500조원에 육박한다. 채권시장의 규모가 주식시장보다 평균적으로 조금 더 크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같
             대출을 매달 10조원 이상으로 증가시
 은 다른 금융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키고 있다. 2009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채권시장의 패닉은 또 다른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데
             바로 시장금리의 상승이다.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11월에 끝났지만 9월에 4.9%였던 3년 만기 AA
 주식은 평소 떠들썩한 친구  등급 회사채 금리는 12월에 5.5% 수준으로 훌쩍 올라버렸다.
 채권은 대체로 조용하지만  서로 충돌하는 정책 목표들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현재 한국은행의 정책순위 1번은 '인플레이션 안정'이다. 하
 말 걸 땐 경청해야 할 친구  지만 시간을 2년 이상으로 늘려 정책순위 1번을 다시 결정한다면 '경기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 금리 인상을 더디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레고랜드發 채권시장 경색  패닉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시장금리를 상승시켜 한국은행이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한다.
 기업은 자금줄 끊겨 발동동  채권시장은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닻(anchor)의 역할을 한다. 경기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10·11월 대출증가폭 최대치  출렁거려도 정부나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선진국 정부들은 채권을 추가로 발행할지 고민할 때 우리나라 정부는 안정
 시장 금리까지 끌어올리니
             적으로 채권을 발행해 상대적으로 쉽게 위기 극복 재원을 조달할 수 있었다.
 韓銀 정책목표도 꼬이게 해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 채권시장이 빨리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채권시장의 가장 위험한 고리인
             112조원 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위험도 파악이 이른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수조사는 시
 그런데 코로나19 위기에도 조용하던 채권시장에 지난 10월 난리가 났다. '레고랜드 사태'로 한순간에 모든 종  간이 너무 걸린다.
 류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없어진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CP(어음)는 채권의 한 종류다. 채권
 이 주식과 비교해 가장 다른 점은 사전에 확정된 이자를 '약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약속에 대한 믿음이 없  [본 칼럼은 매일경제 22.12.16일자에 실린 것을 전재한 것임]
 으면 채권시장은 유지될 수 없는데 강원도의 지급보증 취소는 채권에 대한 믿음을 없애고 투자자들은 채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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