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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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서 믿음이란 복음이 선포하는 역사적 구원의 사건, 즉 그리스도 예수가 우리 모
두를 자신의 몸에 내포하고 우리의 죗값을 대신 치르는 대신적/대표적 죽음(즉, 내포적 대
표의 죽음)을 죽으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대표인 그리스
도 안에 내포됨과 그와 연합됨을 실제로 발효시켜(actualize) 그의 속죄의 죽음과 부활의
덕을 입게 하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의인으로 칭함 받게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믿는 자가 되어 가는 과정의 종결점인 세례 때(세례와 함께 우리는 비로소 공식적으로 ‘믿
는 자’가 됨), 우리는 우리의 ‘심장’, 곧 내면의 핵심에 갖게 된 이 믿음을 공식적으로, 공개
적으로 고백하고 우리의 입으로 “예수가 주이시다”라고 부르짖는데(롬 10:9~10), 그 믿음
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내포되고 그와 연합되어 죽고 부활함을 실제로 발효시키는 것입
니다. 그렇게 하는 믿음을 우리가 물속에 잠기고(죽고 장사됨) 깨끗이 씻긴 몸(의인)으로
물 위로 다시 떠오르는 극(劇)으로 표현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6:2~11에서 세례 때 이루어
지는 이러한 믿음의 극화를 상기시키면서, 믿음을 통하여 우리가 죄인, 즉 옛 아담적 인간(
여기 6절 ‘옛 사람’, ‘죄의 몸’; 12절, ‘죽을 몸’)으로서 ‘죄에 대해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장사되었으며 그리스도(종말의 새 아담)의 부활의 생명을 벌써 체험하는 사람들이 되어서
의인이 되었음을 설명합니다(참조. 5:12~21).
여기 문단의 시작점인 6:2과 그것의 종결점인 11절에 수미상관하며 나오는 ‘죄에 대해서
죽음’은 ‘죄에 불이익이 되게 죽음’의 뜻으로서, 결국 ‘죄의 통치를 벗어나는 죽음’을 의미
합니다. 죽음은 죄의 품삯인데(6:23), 우리의 ‘죄의 몸’(옛 아담적 자아)이 우리의 내포적 대
표인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우리는 이미 그 죄의 품삯을 치른 것입니다. 그러기에 (
의인화<擬人化>된) 죄가 더 이상 우리에게 대가를 치르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
입니다(6~7절). 그렇게 그리스도와 함께 ‘죄에 대해서 죽은’(즉, ‘죄의 통치를 벗어나는 죽
음을 죽은’)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장차 그의 부활의 생명을 얻을 것인데(5, 8절), 지
금 벌써 그 생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4절에 전제됨). 이러한 구원의 사건의 목적은 ‘죄
안에서’(즉, 죄의 종으로) 살지 않고(2b, 6절) 그리스도의 부활의 새 생명에 참여하는 삶을
살도록(4절), 또는 ‘하나님에 대하여 살도록’, 즉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에게 순종하여
살도록 하기(즉,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11절). (여기
서도 우리는 칭의/의인 됨이 사탄/죄의 통치 아래로부터 하나님의 통치 아래로 이전됨을
의미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의인으로 칭함 받게 하는 믿음의 이러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믿음으로
얻는 칭의’를 다시 정의하면, 그것은 ‘죄에 대해서 죽고(즉, 죄의 종으로 살지 않고) 하나님
에 대하여 사는(즉, 하나님의 종으로 사는) 사람들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구원
을 서술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의인이 되었다”(indicative). (사탄/죄의 통치를 벗어
나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서술되는 우리의 구원은 그 속에
윤리적 명령(imperative)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인으로 살라”(사탄
/죄의 종으로 살지 말고 하나님/의의 종으로 살라).
그래서 6:12~22에서 바울은 이어서 이 윤리적 명령을 되풀이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날마다 믿음/세례로 이루어진 구원의 사건(2~10절)을 기억하고, 그
것을 실재화(實在化—실체가 되게 함, actualize)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
는 자로 여길지어다”(11절). 날마다 가치판단과 윤리적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때 우리로 하
여금 사탄의 통치를 받아 죄를 짓는 우리의 옛 아담적 자아(육신)는 그리스도 안에 내포되
어 그와 함께 죽고 장사되고, 그리스도의 부활의 생명에 참여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새로운
자아가 되게 한 우리의 믿음을 활성화, 실재화하라는 것입니다. 사도적 복음을 받아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