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하철경 작가 e-book 2022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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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광초’의 필법을 꿈꾸는 ‘임농'에 관한 시선




                                                                                            김종근 미술평론가



        누가 뭐래도 임농은 남농 허건 선생의 수제                               하는 특징을 한결같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자로, 남종산수화의 맥을 잇는 운림산방 제                                전체적으로 임농의 작품을 살펴보면 마치 우
        자 중 가장 돋보이는 현역작가이며 한국 수                               리나라의 아름다운 고향을 모두 순례한 듯한

        묵화의 보기 드문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착각에 빠질 정도로 친근하고 평온하며 향토
        그 이면에는 한국화를 한국적이면서 현대적                                적이다. 무엇보다 그가 우리나라의 명사찰은

        인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뜨거운 의지를                               물론 외딴섬 곳곳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담백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                               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하며 얻은
        다.                                                    모든 스케치를 소품으로 제작하여 화실에 와

                                                              서 대작으로 옮겨 놓는 철저히 현장작업의 작

        그에 관한 많은 평자들의 다양한 비평적 시                               가이다. 이런 작업 과정 중에 그는 늘 동양화
        각이 공통적으로 이것을 증명한다.                                    의 전통을 지키면서 그것을 현대적인 조형어

        “임농의 작품은 한국 전통양식의 예술적 문                               법으로 발전시키며 전통을 계승하는데 게을

        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전통 산수화가 지                             리하지 않았다.
        니는 정확한 점묘와 극도의 세묘, 그리고 억

        제된 힘을 하철경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작품들이 ‘대흥사 소견’을 비
        미술평론가 신현식)                                            롯, ‘송광사’, ‘변산소견’ 등 다양한 진경산수의

                                                              세계로 남도 자연풍광을 유려한 필치와 거칠

        “임농의 조형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소치 허                               고 부드러운 붓질로 풀어낸 것들이었다.
        유의 단아하고 졸박함, 남농의 격조를 배척                               때로는 앙상한 나무를 전면에 배치하여 자연

        하진 않으면서 현대적인 변화를 두려워하지                                의 쓸쓸함을 주는가 하면, 때로는 풍요로운
        않는 태도, 그것을 일궈가는 회화정신에 있                               나뭇잎으로 자연의 풍성함을 넉넉하게 묘사

        다.”(미술평론가 홍경한)                                        했다.



        “남종 산수의 전통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았                               그렇다고 진부한 수묵화의 세계에만 빠지지

        기에 그의 작업에는 여전히 그 기운들이 오                               않고 임농은 단순함과 간결미로 대작에서 볼

        롯하다. 산수세계는 서정적인 시취(詩趣)가                               수 없는 여백의 미를 극도로 살려내 임농만의
        가득하다.” (동덕여대 김상철)                                     필법으로 화풍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생략한 섬과 바닷가의 풍광, 나무

        특히 이들의 지적에는 한결같이 전통을 지키                               와 어울린 바위 풍경, 그대로 산사에서 풍기
        면서 그만의 독창적인 수묵화의 세계를 이룩                               는 고졸한 풍경들은 자연의 한없는 조화로움

                                                              으로 화폭에서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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