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송현숙 작가 e-book _범이 호호_展(개인전) 도록 20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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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호호展                                                                                                                                  SONG HYUN SOOK











































 작가노트

 이 작품들은 전통적인 호작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18세기에 민화가
 서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가장 인기 있었던 그림이 호작도라고 한다. 우스꽝스런
 호랑이가 앉아 있고, 까치 한 마리가 등장하는 게 일반적인 구도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전통적인 민화에 등장하는 유머 가득한 호랑이의 모습을 더욱 더
 친근하고 다정한 호랑이로 그리고 있다. 어깨동무하고 있는 두 마리의 호랑이는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실한 친구를 상징한다.
 여기에 문자 작업을 시도해 보았다. ‘어깨동무’를 이루는 자음과 모음을 분리시켜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내리게 하였다. 나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믿는다. 그러니까 문자 작업은 존재의 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이다. ‘어깨동무’라는 말이
 ‘과학적 언어’가 아닌 ‘시적 언어’가 되어 우리의 마음에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음과 모음으로 분해하여 흩뿌려보았다.
                                                                어깨동무Ⅰ                                                       어깨동무Ⅱ
 그리고 까치 한 마리가 ‘ㅁ’ 자를 물고 내려온다. 까치는 민화에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길상의 상징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옛 이야기에서는 현명한 존재로 등장한다.        75×128cm, 한지에 분채, 먹                                         78×128cm, 한지에 분채, 먹
 이 작품에서도 까치는 의사소통이 힘든 요즈음의 현실에서 소통을 위한 전령을 상징한다.
 ‘ㅁ’ 자에 관계된 말들을 상상해 내는 것은 감상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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