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송현숙 작가 e-book _범이 호호_展(개인전) 도록 2022 0303
P. 5
인사말 축 사
범이 내려와 호랑이에게는 범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르던 이름이기 때문에 더 친 송현숙 작가의 범띠해를 맞이하여 <범이 호好호虎> 초대개인전을 여는 어진 송현숙 작가의 전시회를 진심으
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범의 해에 그 이름을 다시 찾아 불러본다. 그리고 민화 ‘호작도’의 주인공인 그 로 축하드립니다.
서민의 말을 하다 에게서 서민의 말을 들어보고자 한다. <범이 호好호虎>展을
축하드립니다 열두 해 만에 찾아온 호랑이해인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해입니다. 검은 호랑이를 본 사람
예로부터 민화 작가들은 맹수로 살던 호랑이를 불러내어 우리의 이웃으로 만들었다. 호랑이는 산에 도 없고, 실제로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오행과 간지 주역의 순리에 따라 매년 색
2022년 1월 서 내려와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하고 서민들과 어울렸다. 서민들은 호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 깔 있는 십이지를 등장시켰지요. 이러한 풍속에 따라 맞이하게 된 2022년 검은 호랑이해는 흥미
어진 송 현 숙 를 받았다. 롭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사)박물관협회 회장, 가회민화박물관 관장
윤 열 수
나는 이러한 전통을 이으면서도 언어로 서민들과 소통을 하며 어울리는 호랑이를 꿈꾼다. 이를 위해 크고 작은 산천으로 이루어진 우리네 자연환경은 호랑이 생태 서식지로 알맞다고 합니다. 때문에
나름대로 몇 가지 시도를 하였다. 먼저 호랑이에게 색동꼬리를 달아주었다. 색동꼬리는 우리 민족의 호랑이가 유난히 많았다고 합니다. 건국 신화에서부터 나타나는 호랑이는 종교, 민속, 삶의 전반
정체성과 동심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내가 그리는 호랑이는 동심을 지니고 있는 한국 호랑이이다. 다 에 등장하며 민족정신 신앙의 근간이 되어왔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에서
음으로 안동, 봉산, 양주 등지에 전승되어 내려온 탈춤의 탈을 호랑이의 얼굴에 입혀보았다. 탈춤은 양 는 호랑이와 인간 사이에서 일어난 기록이 수백 건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 민족과 호랑이 간의 밀
반 계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통해서 서민들을 위로해주던 전통 예술이다. 내가 그리는 ‘탈호랑이’도 접한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호랑이는 때로 가축이나 인간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효자, 열녀,
그러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그리고 작품에 문자 작업을 시도했다. 약자를 지켜주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겨지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나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믿는다. 그러니까 문자 작업은 존재의 소리를 듣기 위
한 장치이다. 또한 소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였다. 글자를 자음과 모음 19세기경 민화에서 등장하는 “까치 호랑이”는 잡귀나 질병을 막아주는 벽사의 상징으로 크게 사
으로 분해하여 흩뿌리기도 했고 문자도의 형태를 나타내기도 했다. 때때로 혁필이나 죽필을 사용하기 랑받았습니다. 호랑이에 대한 사랑은 88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수호랑’
도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랑이는 대부분의 경우 화목한 가족의 형태로 등장시켰다. 가족은 사회 으로 이어졌고, 호랑이와 관련한 문화예술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독창성인 문화로 자리잡게 되
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며 가족의 행복은 건강한 서민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었습니다.
여고시절의 꿈이었던 미술의 길을 벗어나 오랫동안 다른 길을 걷다가 이제야 제 길에 들어섰다는 생각 어진 송현숙의 전시에 등장하는 호랑이들은 익살과 재치, 해학성이 넘치는 친구 같은 존재로 등장
이 든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으며 내가 꿈꾸고 원하는 호랑이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돌 하고 있습니다. 장난기가 가득한 송현숙 작가의 밝은 심성을 개성으로 승화시켜 마음속의 호랑이
아다니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과정을 보여주며 계속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를 그려냈습니다. 우리 민족의 웃음을 대표하는 하회탈 얼굴의 호랑이가 몸통, 꼬리와 이어져 S자
로 휘어져 중압감의 무게와 색동 꼬리의 경쾌함이 조화롭게 표현되었습니다. 가족 호랑이, 동심
‘범이 내려와 서민의 말을 하다.’ 의 호랑이 등 다양한 호랑이들의 모습에는 코로나 19의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
이것이 내가 찾고 있는 신호작도의 테마이자 이번 전시의 테마이다. 고자 하는 힘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예부터 이어져 온 우리네의 호랑이 문화는 21세기를 맞이한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현숙
작가의 경쾌하고 통쾌한 호랑이와 함께 새로운 해를 즐거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