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유현병 작가 e-book 2022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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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병의 문인선화란? 김윤섭 교수에게 듣다
추구했던 문기(文氣)였다면, 유현병의 문인선화 겠다.
는 지금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에 자성 자각해야
할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설명들에 군 유현병의 그림을 이루는 삼요소를 꼽으라면 인물,
더더기가 없다. 충분히 고려하되, 최종적인 표현 이야기, 여백 정도이지 싶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은 철저히 절제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다보 우리의 모든 일상사를 대변하는 주인공들이고, 함
니 ‘현대문인화 향방’의 한 예시를 발견하게 된다. 축적인 시어(詩語)를 닮은 문구들은 작가의 메시
지이며, 적절하게 비워 놓은 화면의 여백은 관객
유현병은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 참으로 천만다 에게 전하는 사유의 장이 된다. 여기에 서예적인
행이다. 만약 여느 미술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했 전통필법과 현대적인 캘리그라피 필체의 매력이
다면, 우리는 지금의 그림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조형성을 가미했다. 문인화
다. 붓질의 농도는 세월이 가면 똑같아진다. 시간 의 전통적인 시서화(詩書畵) 삼절의 개념을 유현
이 흐를수록 그림에 인생이 녹아들어야 ‘제 그림’ 병만의 방식으로 현대적 재해석을 이끌어낸 결과
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은 기술로 그리지 말 이다.
고, 인성으로 품어야 제대로 깊은 향이 우러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화법(化法 혹은 畵法)’이다. 유현병은 특별한 형식이나 개념에 사로잡히는 것
무던히 덜어내고 비워낸 유현병의 그림에서도 ‘법 을 경계한다. 옻칠한지, 삼베지, 칡지, 황토지, 쑥
(法)의 미학’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물 흐르듯 가 지, 솔지 등 그림의 내용에 알맞다고 생각되는 바
라’는 ‘법(法)의 참뜻’이다. 물수 변(氵)에 갈 거 탕재료를 비롯해 다양한 표현기법들을 스스로 연
(去)가 합쳐졌으니, 그러하다. 구해 작품에 옮긴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은 ‘작
가의 마음이 담겨진 그림’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
그림의 크기는 그리 크기 않다. 대개 ‘25×25cm’ 렇게 전할 메시지는 국가, 사회, 개인, 정치, 교육,
정방형을 선호한다. 실제로 선조들의 작품들도 작 종교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현병 화법의 인문
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 작은 화면이었지만 온 세 학적 문인화’로 명징한 통찰력을 전해준다. 결국
상이나 우주의 이치까지 담기에도 충분했기 때문 유현병은 아무리 무겁고 어려운 주제일지라도 스
이다. 함축적인 스토리텔링과 절제의 조형어법이 치는 일상의 편안함처럼, 쉽고 편하게 습득할 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선문답(仙問答)을 만 있도록 가이드해주는 ‘시적인 발견미학’을 선사하
난 것처럼 청량함을 전한다. 특히 그림 속의 동자 고 있다.
승(童子僧)을 닮은 아이는 작가와 관객을 잇는 메
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맑은 이미지의 대
화’를 이끌내고 싶은 작가의 바람으로도 볼 수 있 유현병의 문인선화란? 김윤섭 교수에게 듣다
Y O U H Y E O N B Y E O N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