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고석찬 작가 개인전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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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중독
어찌 되었든 피사체에 대한 중독치료는 간단합니다
사각형의 방에 감금하고
모든 피사체의 모양과 색깔을 최소화해
환자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블루 계열과 레드 계열 같은
혼합된 색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일주일에 한 번 흑백으로 꾸며진 방에서
치료도 할 겁니다
반사된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게
굴절률이 다른 여러 개의 거울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자신을 닮은 알러지 같은 피사체를
길게 늘여 보거나 펴볼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그리게 하여 그 그림을 바탕으로 정신분석 하는 일은
카메라 렌즈에 반사된 빛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사물에 반사된 빛이 마음속에서 얼마만큼의
심도를 갖고 각인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중독이란 정상 범위 보다 몇 배 높거나 낮은
과다노출이나 과소 노출일 때 나타납니다
적당히
적당한 거리에서 사물의 깊이를 인식해야 하는데
사물의 심도 속으로 풍덩 빠져 버릴 때 중독이 발생하는 겁니다
(중략)
색깔이란 이 행성에서 유기체가 결합하는
가장 강한 촉매제인 것처럼
당신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피사체에
중독된 적이 있었나요?
어쩌면 당신도 나와 같은 범죄자일지 모르죠
K O S E O U K C H A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