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고석찬 작가_e-book 221120
P. 2

작가



            노트

                                                 초승달

             다가가는
             것들의
             느린 풍경                               목이 아프게
                                                 삐걱이던
                                                 겉장의 시절이 지났다


                                                 나누어 질 수 없는
                                                 끝모를 주기로
                                                 나의 몸은 푸석해져 간다



                                                 여전히 종종거리며
                                                 귀납적 정의을 배우고
                                                 어깨에 맨 가방 안에서
                                                 오타로  가득한  원형의  거울을
                                                 꺼낸다


                                                 남겨진 것을 찾는 건지
                                                 남겨지지 않는 것을 힐끔거리는지
                                                 움푹꺼진 뺨을 비벼본다



                                                 너는 나의 밤을 탐하고
                                                 나는 너의 낮을 탐하는
                                                 질척하게 들러붙은 혀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살인자였는지 모른다


                                                 오늘 밤
                                                 나를 없애는 너의 혀는 날카롭다



                                                 아
                                                 몽롱하게 풀려가는
                                                 어둠이 비명을 지른다














                                                 KO  SEOUK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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