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황경숙 작가 e-book 2022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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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기호문자그림’의 세계에서 드러낸
생명의 사상과 미학
김월수(金月洙)
미술평론가, 화가, 시인
누구나 쉽게 이해되는 위대한 작품은 木)와 숨겨진 파동의 원리처럼 존재의
그 시대를 초월한 변하지 않는 본질적 나이테(時間-原型)로 드러난 오묘한
인 아름다움(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 현(玄)의 세계를 표상하고 만물의 변
습)을 드러낸다고 볼 때, 황경숙 작가 화를 고찰해 만든 기호적 요소(괘상)
는 불교미술(철학), 서예와 민화(평면 와 사물이 보이는 시각적 요소(이미
성), 서양화(입체 묘사) 등을 연구하 지)와 조금씩 서로 다른 것들을 없애
는 과정에서 인류 최초의 상형문자, 갑 고 압축시킨 청각적인 요소(문자) 등
골문자, 기호 등의 시각적 요소와 우 을 융합하여, 자신만의 세계인 기호문
주 변화의 원리가 담겨 있는 주역과 천 자그림(symbol character drawing)
부경(象數철학) 등 한국 전통사상(한 을 완성한다. 이는 기존의 틀과 제약을
국의 미학)을 연구하여 고요한 자신 과감히 뛰어넘어선 작품들은 보는 이
만의 언어를 찾고 “사물을 본다(觀)” 로 하여금 의식(채움)과 무의식(비움)
라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체=현상’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을 안다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독 깨닫게 한다.
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표현)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황경숙 개인전
볼록한 곳을 깎고 파내며 다듬어가는
조형갤러리 1관 2022.3.2.~3.8)
과정(세월과 변화의 상징)에서 한없
에서 새로운 형식(스타일)의 ‘기
는 비움과 절제와 겸허한 태도로서 삶
호문자그림’을 선보인다. <Life_
(생명)의 의미를 깨닫고 표현하고 있
Deep&Dark(玄)> 2022과 <Life_
는데, 양(陽)에서 만들어지는 형(形)
Ochre(黃)> 2022 작품을 보면 작가
과 음(陰)에서 만들어진 상(象)으로 자
는 방사된 원(圓) 구도와 수의 원리와
연의 모든 현상이 생성되듯, 음양이기
숫자의 비밀이 담긴 81자로 된 《천
(陰陽理氣)의 두 기운이 상극(相剋)
부경》에서 “하나로 시작하되 시작
과 상생(相生)을 통해 음양의 변화가
이 아니고... 하나로 끝내되 끝이 아니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본
다.”라는 것은 우주는 0(空 시작이 없
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드러낸다. 이는
음)과 무한(無限 끝없음)의 의미처럼
현상이라는 존재의 나무(空間-宇宙
HW ANG K YUNG SU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