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애경 작가 e-book 2022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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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20대에 찾아온 호기심과 궁금함은 내                      물감을 흘리고 뿌리고 뜯기는 과정은

                             작은 삶의 에너지가 되었다. 또는 원동                     내 안의 지난한 몸짓이며 나만의 언어
                             력이기도 했다. 나를 밀고 나가는 숨은                     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산재하고 또

                             힘이었다. 인류사에 명멸해 간 수많은                      한 내가 살아낸, 그래서 소중한, 당신

                             예술가들이 나의 드러나지 않은 스승                       의 삶의 몸짓이 바로 나의 몸짓이고 우
                             이었다. 샤갈에게서는 판타지를 배웠                       리는 모두 사랑으로 하나가 된다.

                             고 뭉크에게서는 고뇌를 익혔다. 그리
                                                                       현대를 이미지 범람의 시대라고 흔히
                             고 그들은 틀림없이 나와 숨 쉬고 나의
                                                                       들 말한다. 가상과 실상의 경계는 모호
                             길을 안내해 나갔다. 행복한 일이었다.
                                                                       해지고 대상의 객관적 해석보다는 상
                             축복받은 날들이었다.
                                                                       상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작품에 녹

                             색채의 마술을 나는 사랑한다. 형상의                      아낸다. 이미 세상의 모든 길은 정도가
                             미감을, 존재들의 표정에 담긴 감정을                      없어 보인다. 누군가 걸어가면 그대로

                             소중하게 여긴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길이 된다.

                             우리 모두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
                                                                       그림 작업은 무한 축복이다. 작업 후에
                             이 그림이 왜 소중한 무엇인지를, 왜
                                                                       남는 카타르시스는 차원을 가늠할 길
                             내가 그림을 그리는지를 말해주는 바
                                                                       없는 무한 행복이다. 추억을 재구성하
                             로미터가 될 것이다.
                                                                       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내 안

                             그림 작업은 캔버스 화면 위에서 다양                      의 나를 찾아가는 이 여정이 이 전시회
                             한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 안의                      의 언어이다.

                             웅크리고 엎드린 이야기들과의 컨택을
                                                                       내 삶의 성숙을 향하여 나는 더 열심히
                             통해 실험은 형상화되고 색채의 옷을
                                                                       그리고 골몰하고 가벼워질 것이다. 그
                             입고 일어선다. 내 안의 소소한 이야기
                                                                       리고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독특한 질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감과 텍스처로 재창조 되는 히스토리

                             가 새롭게 쓰이는 것이다.

                                            K  I  M    A   E  -  K  Y  U  N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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