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임진성 작가 e-book 2022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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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임진성의 <몽유금강>, 새로운 장소신화(place myth)를 위해





                                                                                            권 행 가 교수
                                                                                    덕성여자대학교 연구교수





            임진성은 실경산수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전                           볼 수도 없는 ‘금지된 이상경’이 되었다. 금강

            통’의 도그마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통                          산 관광이 다시 시작된 것은 그로부터 반세기

            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해가고 있는 한국의                            가 지난 1998년부터이다.

            대표적 작가이다. 2007년부터 제작해온 <몽
                                                               임진성의 <몽유금강> 시리즈는 금지된 이상
            유금강> 시리즈는 전통을 과감하게 재해석해
                                                               경이 아니라 실제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것
            서 동시대성을 확보해가는 그의 실험의 대표
                                                               이다. 1998년 민간기업에 의해 금강산관광
            적 예이다.
                                                               이 다시 시작된 이후 임진성은 이 신화속의 산

            북한에 위치한 금강산은 원래 한국인들이 즐                            을 보기위해 봉사단체를 따라 관광객이 접근
            겨 그려온 소재였다. 17세기 중국의 화가들                           할 수 없는 고성의 민간마을에 까지 가게 되었

            이 관념 산수를 대신해 실제의 경치를 그리기                           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북한인들의

            위해 황산으로 갔다면 18세기 한국의 화가들                           생활의 터전이었던 금강산이 남한인들의 관광

            은 금강산으로 갔다. 중국 화풍을 벗어난 한국                          지로 변하면서 갑자기 통제구역으로 되어버린

            적 리얼리즘 풍경화 즉 ‘진경산수’ 양식이 발                          현실이었다. 분단 속의 개방이 가져온 모순된

            전한 것은 바로 이러한 금강산 여행문화로부                            현실 속에서 금강산은 더 이상 아름다운 이상

            터 비롯된 것이었다. 조선시대 문인사대부들                            경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 사이를 떠도는 공간
            에게 금강산은 단순히 재현의 대상으로서의                             이었다.

            자연이 아니라 정신수양의 장소였다. 그들에
                                                               <몽유금강>에서 임진성은 이러한 그의 체험
            의해 수많은 여행기와 시, 그림 등이 만들어졌
                                                               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두 가
            다. 이후 한국인들에게 금강산은 죽기 전에 반
                                                               지 전통을 이끌어낸다. 즉 진경산수 전통을 따
            드시 가보아야 할 가장 아름다운 산, 이상경으
                                                               라 금강산의 기암괴석과 산봉우리를 표현 하
            로서의 산이라는 장소 신화(place myth)가
                                                               기 위해 수직준법을 사용하되 니금산수 전통
            만들어졌다. 그러나 20세가 중반 한국전쟁 이
                                                               에 따라 먹이 아니라 금분을 사용한다. 사실
            후 분단으로 인해 금강산은 더 이상 갈 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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