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고석찬 작가 e-book 2022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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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안녕
비바람이 얼굴에 달라붙는다
어딘가 임시로 떠내러 가던 중 이었다
괜찮니?
아직은 좀 그래
괜한 말 했나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우산을 하나씩 꺼내어 들고 떠다닌다
잘 익은 국수가락처럼
가늘고 긴 날들을 후르르
느릿한 그림자에 싣고
경계의 근처까지 다가가
눅눅한 목소리를 받아들인다
굵은 소금이 말라갔다
물기 있는 것들이 마르기도 전
사라지는 기억
그런 계절이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조각조각
현재의 문장으로 쓰여진
여전히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찬란한 꽃이
과거를
눈물로 흠뻑 적실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늘 속에서 나는 빛을 꿈꾼다
K O S E O U K C H A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