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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의 청학동유적 과 가장동유적 에서는 의례공간으로 추정하는 환구 시설이 있다. 청학동유                                             49
                  적의 8지점에서 확인된 타원형을 띠는 환구(環溝)는 마을을 감싸는 환호(環濠)가 아니라 의례공간                                           역사
                  을 나타내는 도랑시설이다.(그림 33) 환구의 직경은 53m로, 도랑의 전체 길이는 260m로, 내부 면적                                      /  유적
                  은 4,000㎡로 추정되며, 도랑의 폭은 1.96~4.84m, 깊이는 0.42~1.6m이다. 도랑이 끊어진 곳은 출

                  입구로 판단된다. 환구의 도랑에서는 점토띠토기, 검은간토기, 굽다리접시모양토기〔豆形土器〕, 삼각                                           · 유물
                  고리형태의 조합식 쇠뿔모양손잡이〔組合式牛角形把手〕 등이 나왔다. 환구의 연대는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 기원전 510~380년으로 측정되었다. 점토띠토기를 제작하고 사용한 집단은 청학동유적과
                  같은 환구를 축조해서 제의시설인 의례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이와 같

                  은 환구는 마을 공동체를 결속하고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시설물로 추정된다.
                    가장동유적도 청학동과 마찬가지로 도랑을 파낸 환구가 발굴되었는데, 보고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

                  을 근거로 하여 점토띠토기 시기의 제사유적으로 판단하였다. 이는 연속성과 규칙성이 부족한 환구
                  가 확인되는 점, 제사용으로 추정되는 두형토기가 다량으로 확인된 점, 완형 유물이 전혀 확인되지

                  않아 훼기, 폐기의 의례가 행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점, 환구 내부에서 주거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점, 그에 비해 토기 파편들이 매납된 수혈 유구가 다량 확인되는 점, 바로 인접한 봉우리에 신앙대상

                  으로 볼 수 있는 알바위가 자리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하였다.(그림 34)                   32)
                    이처럼 오산에서는 도랑을 파낸 형태의 환구유적이 2개소에서 확인되었는데, 이는 오산뿐만 아

                  니라, 인접한 화성과 수원을 비롯하여 경기남부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환구유적에 대
                  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청동기시대의 일반적인 마을과는 다르게 특정 공간의 경계를 나누는 구획시

                  설이 확인되는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마을의 구획(경계) 또는 방어시설로서 거주 공간, 즉 움집들
                  의 외곽을 두르는 (타)원형 또는 방형의 도랑을 갖는 환호(環濠) 마을이며, 두 번째는 주거공간을 에

                  워싸지 않는 (타)원형의 도랑으로 경계를 삼아 구획된 광장, 의례공간 등과 같은 특수한 공간을 갖는
                  도넛 모양의 환구(環溝) 마을이 있다.(그림 35) 가옥이 모여 있는 생활공간을 감싸는 환호는 주로 남

                  부지역, 특히 울산 검단리유적을 비롯하여 영남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이 있지만, 북한강
                  유역의 춘천 중도유적에서 방형 평면의 환호가 발굴됨으로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호는 목책과

                  함께 방어의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을 집단 내부의 결속과 다른 집단과의 차별성
                  을 갖기 위해서 만든 경계시설이다. 환구는 생활공간이 아니라 의례공간으로 추정되는 구획시설이

                  다. 부천 고강동유적, 안성 반제리유적 등 주로 청동기시대 후기에 해당하는 점토띠토기단계에 중부
                  지역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최근 구리 토평동유적, 화성 쌍송리유적(그림 36), 평택

                  용이동유적, 완주 구암동유적 등 청동기시대 전기로 편년되는 이른 시기의 유적에서도 확인되고 있
                  는 상황이다.







                  30) 겨레문화유산연구원, 2013, 『오산 청학동 유적』.
                  31) 경기문화재연구원, 2008, 『오산 가장동 유적-가장지방산업단지 조성부지내 시·발굴조사보고서-』.
                  32) 경기문화재연구원, 2008, 『오산 가장동 유적-가장지방산업단지 조성부지내 시·발굴조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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